[힘! CEO 리더십-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朴 회장과 ‘목욕론’
1974년 12월 포항종합제철 사보 ‘쇳물’에는 송년특집으로 회사 ‘어글리(ugly) 10대 뉴스’가 실렸다. 여기엔 박태준 명예회장(당시 사장)의 ‘목욕론’이 3위에 올랐다. ‘직원 부인에게 목욕령 시달’이라는 해설까지 포함됐으니 직원들 사이에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박 명예회장은 당시 독신자숙소에 오면 꼭 목욕탕을 눈여겨 볼 정도로 지나치다 싶게 목욕을 강조했다. 직원 부인들에게도 항상 목욕을 강조하는 바람에 “우린 목욕도 하지 않는 줄 아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자 박 명예회장은 자신의 공장 관리원칙 1호인 목욕론을 직원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 공보과장을 불러 30분 넘게 강의를 했다. 그는 “목욕을 잘해 깨끗한 몸을 유지하는 사람은 정리정돈하는 습성이 생겨 안전 및 예방의식이 높아지고 제품관리 최후 절차인 포장까지도 깨끗이 할 수 있게 된다”며 “우리 회사는 안전 제일과 최고 제품을 추구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나의 목욕론을 익히기 위해서는 부인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인데 희화화된 것 같다”고 밝혔다.
박 명예회장이 목욕론을 전파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한국이 한창 섬유 수출에 주력하던 그 무렵 외국에 나간 박 회장이 한국산 의류를 보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길이 없었다. 이유를 알게 된 그는 기가 막혔다. 한국산은 바느질이 신통치 않고 소매 등이 맞지 않아 하급품만 취급하는 지하실에 비치했다는 것이다. 항상 완벽을 추구하던 박 명예회장은 귀국하자마자 목욕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몸이 깨끗하지 못하면 옷이 더러워도 더러운 줄 모른다. 목욕을 깨끗이 하면 입던 옷에 거부감이 생긴다. 자기 몸이 깨끗하면 주위의 지저분한 것, 바르지 못한 것, 정리정돈되지 않은 것을 수용할 수 없으므로 그 결과는 당연히 제품의 질로 나타난다.”
이후 그는 85∼87년 제철소 목욕탕 및 화장실 개·보수에 50억원을 들여 서울의 일류호텔 수준으로 개선했다. 직원들이 몸을 청결히 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 품질의식 향상과 안전사고 방지 및 현장 제일주의 실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목욕에 관해 박 회장은 나름대로 지론을 갖고 있다. 불결한 작업자가 무질서한 공장에서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기를 바란다면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려 한다)가 아닐 수 없다. 박 회장의 목욕론은 과연 탁견(卓見)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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