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 골프(47)
16번 홀의 축복
나는 마지막 세 홀의 스코어가 좋다.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후반전에 들어가면 체력이 떨어지고 동시에 집중력도 고갈되어 간다고 하는데, 한 라운드를 여섯 묶음의 3개 홀로 나누어 플레이하는 나는 마지막 세 홀의 시작인 16번 홀에서는 항상 잘 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이 생긴다. 실제로 16번 홀의 성적이 아주 좋으며, 두번째 홀인원도 16번 홀에서 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번의 홀인원은 모두 17번 홀에서 한 것이다. 16번 홀의 버디 숫자는 다른 홀의 세 배쯤 되고, 16번 홀의 더블보기는 1년에 한 두 차례가 고작이다. 한창 열심히 라운드했던 2002년 전후 2년 동안 더블보기 이상은 170개였지만 16번 홀에서는 단지 2개에 그쳤다. 다른 홀의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숫자이다.
그런데 그 전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또한 16번 홀에서는 쓰리 퍼팅도 거의 없다. 과거 회원이었던 모 골프장의 8번 홀은 무난한 파 5홀이지만, 16번 홀은 무척 난이도가 있는 180야드의 오르막 파 3홀로 롱 아이언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기에 결코 홈 코스가 쉬워서 잘 나오는 성적은 아니다. 정말로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된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긍정적인 생각, 그리고 나의 믿음, 또 자기 최면의 효과이란 것을….
딸 아이가 10년 전에 호주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면서 예쁜 선물을 주었다. 만화가 그려진 머그잔이었는데, 병아리가 퍼터를 들고 홀에서 볼을 꺼내는 만화였고, 그 밑에 "Birdie on the 16th" 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것이었다. "아빠가 이 만화처럼 버디를 자주 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속삭이면서….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어떤 단체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날따라 거의 필드하키 모드의 졸전을 벌이고 있었다. 마지막 파 3홀인 16홀에 오자, 나는 '니어 핀이라도 하나 건지자'고 생각했다. 마침 16번 홀이니까 잘 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침착하게 5번 아이언 티샷을 했고 그 티샷은 똑바로 날아가더니 170야드 전방의 홀(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16번 홀의 버디가 아니라 홀인원이었다.
언제든지 16번 홀에 오면 엔돌핀이 오르고 어쩐지 잘 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그 좋은 흐름은 대체로 마지막 홀까지 이어지는 편이다. 결국 골프는 공을 그저 똑바로 멀리 치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마음까지 다스려야 하는 종합 스포츠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하루에 최소한 한두 번은 그 머그잔으로 커피나 물을 마신다. 그리고 언제나 "16번은 행운의 홀" 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는 칼럼에서 말이 씨가 되는 것이니 가능한 한 부정적인 말이나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스스로 좋은 이미지를 자꾸 만들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또 긍정적인 자기 최면을 하게 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찾아올 것이다.
딸이 선물한 머그의 만화가 나에게 좋은 행운을 주었는데 결국 골프에서는 행운도 어느 정도는 본인이 만들고 가꾸기 나름이라고 믿는다. 나는 행운과 관련된 성경 구절 하나를 꼭 마음에 두고 있다.
"삼가 말씀에 주의하는 자는 좋은 것을 얻나니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잠 16:20)
김덕상(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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