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기태] 책의 위기는 인간의 위기다

Է:2010-03-1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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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기태] 책의 위기는 인간의 위기다

책이 우리 주변에서 밀려나고 있다. 툭하면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 운운했던 출판업자들의 하소연마저 정겹게 떠오를 만큼 책의 존재감이 그립다. 비록 당장에는 쓸모없는 행위처럼 여겨지는 것이 책읽기일지라도 그것을 멈추지 못하는 까닭은 언젠가 읽었던 책들이 쌓이고 쌓여서 내 삶의 토대가 되고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한 개인으로서의 ‘나’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한다. 강요는커녕 논리정연한 설득으로도 ‘독서의 당위성’을 외치기 어려운 시대를 건너고 있기 때문일까. 은은한 책향으로 차고 넘쳐야 할 도서관에도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들과 디지털 자료들이 빼곡한 이 시대에 책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찾을 수 없는 게 당연한지 모르겠다.

쓸쓸히 밀려나고 있는 책

이처럼 활자의 자간과 행간을 음미하며 “읽다”로 형용되어야 할 ‘책읽기’가 어느 순간 3D영화처럼 “보다”로 표현되기 시작하면서 생각의 깊이와 더불어 늘어갔던 읽기의 즐거움은 “아무 생각 없이 보기만 해도 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편리성으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한편에서는 전자책(e-Book)이 대세라고 입을 모은다. 또 한편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호들갑이다.

과연 책은 이대로 쓸쓸히 우리 곁에서 퇴장하고 말 것인가? 수천 년에 걸쳐 인류문명의 축적과 전승 그리고 보존의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는 화려한 수식어를 뒤로 한 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고리타분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오랜 세월 동물로서의 인간을 인간다운 동물로 탈바꿈시켜온 책들의 ‘내공’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사람들은 책과 상관없는 삶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디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아가 그 누구도 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믿음을 부활시켰으면 좋겠다.

사실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즐기며 게임을 하고 인터넷에 빠져 지내는 사람이라면 이미 책세상의 신세를 진 것이나 다름없다. “책 속에 없는 것은 곧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이 곧 드라마이고 영화다. 책은 연극이 되기도 하고 각종 게임의 주인공을 낳기도 한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텔레비전은 누추한 신세를 면할 수 있었고, 책이 있었기에 신문은 정확한 보도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인터넷 세상마저도 책 속의 지식과 지혜를 따라가느라 여념이 없다.

책 또한 바람직한 변신을 모색해야 한다. 이른바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공연문화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알려진, 하루에도 수십 개의 작품이 명멸하는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돌아보면 마치 ‘시간의 창고’를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최첨단을 외치는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책의 정보화’ 서둘러야

첨단관객의 입맛을 고전의 힘으로 사로잡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책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문화콘텐츠를 유물처럼 발굴한 다음 새로운 기획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과거에 책을 비롯한 올드 미디어로 축적해놓은 무궁무진한 콘텐츠 자산을 뮤지컬, 영화, 애니메이션, 출판, 만화, 캐릭터, 음반 등 다양한 사업에 접목시킴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출판사에서는 급기야 사재기 혐의까지 써가며 베스트셀러 만들기에 급급하고, 진정한 독자는 더 이상 창출되지 않는 현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수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문화유산으로서의 ‘책’에 대한 정보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다. 하루 빨리 우리 곁에서 책을 살려야 한다. 책의 위기는 곧 우리 인간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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