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게 파헤친 ‘진실과 거짓 사이’… ‘무서운 심리학’
스즈키 고타로/뜨인돌/무서운 심리학
늑대의 손에 성장해 늑대처럼 네 발로 기고 말을 못하는 ‘늑대소녀’ 이야기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심리학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그러나 만약 ‘늑대소녀’가 조작된 이야기라면? 실체 없는 존재가 어떻게 몇 십 년 동안 책과 대중매체에서 소개되면서 정설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무서운 심리학’은 사람들이 과학적 진리로 알고 있는 8가지 심리학설에 대해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댄다.
일본 니가타대학 인문학부 교수이자 심리학계의 창조적인 이단아로 평가받는 스즈키 고타로는 오랜 세월을 통해 왜곡되고 날조돼 마치 정설처럼 인식된 심리학 실험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150년 심리학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심리학자와 언론인들의 탐욕과 명예욕이 드러난다.
90여년 전 인도에 살던 조셉 싱 목사는 이름을 알리려다 보니 ‘늑대소녀’를 조작하게 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도 동부 캘커타 고다무리 마을에서 발견된 두 소녀는 그저 산 속에서 버림받은 아이에 불과할 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늑대 근처에서 발견된 아이들을 ‘늑대 소녀’라고 불렀는데, 이게 미국과 영국 언론에 보도되면서 늑대가 키운 아이들처럼 의미가 번졌다. 싱 목사는 약간의 왜곡에 적극 호응하며 각색과 조작을 더했다. 그 결과 두 아이는 대중에게 늑대의 손에 의해 자란 ‘늑대 소녀’로 알려지게 됐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생존의 기초가 되는 늑대의 젖 성분은 아기가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늑대소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또한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의 새끼를 키우는 일도 조류가 아닌 경우에서는 발견되기 힘들다. 그 외에도 싱 목사의 기록과 그에게 적극 호응한 예일대 교수 아놀드 게젤 박사의 기록에는 조작의 흔적이 여럿 보인다. 두 소녀의 어미인 늑대를 애정 깊은 존재로 묘사한 게젤의 기록에는 이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다. 또한 7살 차이가 난다는 싱 목사의 주장과 달리 사진 속 두 소녀의 모습에서는 나이 차가 보이지 않는다. 야행성인 소녀들이 훤한 대낮에 밝은 곳에서 잠을 자는 모습도 사실과 맞지 않는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수를 계산할 줄 안다고 알려진 ‘천재 말 한스’의 신화도 엉터리 이야기일 뿐이다. ‘천재 말 한스’의 실체는 베를린 대학 대학원생 오스카 풍스트에 의해서 밝혀졌다. 그의 실험 결과 한스는 주변인들이 문제의 답을 모르거나, 한스의 눈이 가려져 있을 때는 문제를 맞힐 수 없었다. 그간 한스가 문제를 맞힌 것은 수학과 국어를 가르친 교육의 결과가 아니었다. 한스는 문제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정답에 반응하는 움직임을 포착했기 때문에 정답을 아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일반인의 직관과 맞아 떨어져서 정설로 안착한 경우도 있다. 어머니가 아이를 왼쪽 가슴에 안는 이유는 심장 소리 때문이라는 ‘심음설’이다. 1950년대 말 미국 코넬대 심리학자 리 솔크는 산모가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80% 가량이 아기의 머리가 왼쪽 가슴에 오도록 안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심장소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왼쪽으로 안으면 아기는 산모의 심장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고, 이 소리가 불안한 아기의 마음을 달래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다면 원숭이도 새끼를 왼쪽 가슴에 안아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오히려 좌뇌나 우뇌 중 어느 한쪽 뇌가 특별히 잘 처리하는 분야가 있다는 ‘측성화’ 이론을 들며 왼쪽으로 안도록 뇌가 발달했다는 주장이 과학적이라고 소개한다. 정답은 무엇일까? 심리학의 정설과 저자의 주장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만3000원.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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