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애옥] 전쟁과 평화
시골극장 집 딸이었던 덕에 시네마 키드로 자랐다. 오드리 헵번과 멜 페러 커플이 열연하였던 ‘전쟁과 평화’를 본 적이 있는데 줄거리는 생각나지 않지만 사랑스러운 헵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전쟁영화임에도 낭만적이고 따스한 가슴으로 보았던 기억이 있다. 전쟁만을 그리지 않았고 전쟁 중에도 꽃 피우는 사랑과 삶의 환희를 그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역사는 항상 전쟁과 평화의 반복인 것 같다. 국가 차원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역사는 세계사를 통해 잘 알고들 있다. 개인끼리의 관계나 사소한 일상사에 있어서도 지나온 경험들을 뒤돌아보고 주변을 관찰해보면 전쟁과 평화, 혹은 평화와 전쟁의 연속순환인 것으로 생각된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이러한 평화와 전쟁의 순환주기가 좀 짧고 잦기도 하다. 그리고 이 순환을 통하여 깊고 단단한 사랑의 기초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 일터에서의 상하관계나 동료 사이에서도 연인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른 전쟁과 평화가 늘 반복하면서 존재한다.
심지어는 개개인에게 내재된 현상에서도 이러한 전쟁과 평화는 끊임없이 일어남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무리 신앙심이 깊고 도를 닦는다 해도 인간 내면의 갈등과 평화는 서클을 이루며 평생에 걸쳐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성공한 기업인이나 인생의 초목표를 달성한 스포츠 선수나 톱스타 연예인들도 결코 이러한 전쟁과 평화의 반복이 일순간 멈추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닥친 상황들을 토대로 내재적 갈등을 마치 대단한 전쟁의 시기라고 단정적으로 해석해서 행복과 불행을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간은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생각 속에서 스스로 재단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그 생각의 단단한 틀에서 탈출해보자. 개인적인 갈등을 비롯해서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다양한 갈등관계가 빚어내는 전쟁과 평화의 반복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받아들이고, 현상에서 좀 떨어져 조망하는 태도로 만나주고 상대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전쟁 후의 평화를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허무주의자도 낙천주의자도 아닌 한 번뿐인 삶과 하나뿐인 자연을 수용하고 포용하기로 한다. 전쟁은 지옥이고 평화는 천국이라고 이분법적으로 단정짓지 않기로 한다. 생각의 노예가 되지 않기로 한다.
수많은 석학들과 역사가들도 그 전쟁과 평화의 주기만큼은 정확히 알 수 없었으니 그냥 그 반복됨을 인정하고 즐기는 연습만을 할 따름이다. 오늘 아니 근일에 나를 힘들게 하고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자가 있었다면 그를 내 평화를 파괴시킨 전쟁의 원흉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내 다음 평화를 빨리 가져다주는 새로운 히스토리메이커라고 여기면 어떨까! 그러므로 전쟁은 평화다.
김애옥(동아방송예술대 교수)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