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노석철] 네거티브 정보전

Է:2010-03-07 17:56
ϱ
ũ

세계적 은행 거부인 로드차일드가의 셋째 아들 네이선 로드차일드는 1815년 6월 19일 새벽 영국 포크스턴 해변에서 초조하게 서 있었다. 해협 건너편에서 진행되던 워털루 전투의 결과를 알려줄 현지 정보원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당시 워털루 전투는 영국과 프랑스 가운데 누가 유럽의 패권자가 되느냐의 게임이었고, 금융시장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걸린 도박의 대상이었다. 나폴레옹의 패배를 확인한 정보원은 풍랑을 무릅쓰고 영국해협을 건넜다. 이 정보를 건네받은 네이선은 런던 주식거래소로 달려가 영국 채권을 팔기 시작했다. 다른 딜러들은 영국이 패한 것으로 믿고 투매에 가담했다. 곧바로 국채 가격은 액면가의 5%까지 폭락했다.

이때 네이선은 헐값에 다시 국채를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영국의 공식 승전보는 하루 뒤에 런던에 알려졌다. 네이선은 워털루 전투 정보 하나와 속임수로 하루 사이에 세계 금융시장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정보의 위력과 금융·증권가에서 이른바 ‘찌라시’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사소한 정보 유혹 때문에 최고 권력을 내놔야 했다. 닉슨 캠프는 재선 선거운동 당시 워터게이트 호텔의 민주당 사무실을 도청하다 들통났다. 맥거번 민주당 후보에게 현격한 차이로 지지율이 앞서 있었음에도 닉슨 쪽은 검은 정보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닉슨은 재선됐으나 도청공방 여파로 ‘집무 중 대화 테이프’가 공개되고, 법무장관 존 미첼,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등의 도청 활동과 닉슨 자신의 대기업 불법 자금수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결국 권력을 내놓게 된다. 네거티브 정보전의 비극적 결말이다.

6·2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우리 정치권에도 온갖 비리 연루설과 추문설 등 네거티브 정보전이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벌써부터 유명 정치인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누구는 어느 비리에 연루돼 불출마했다더라’ ‘누구는 누구와 스캔들이 있다’는 식의 묻지마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지명도 있는 한 여성 정치인은 선거철을 불문하고 이런 루머 때문에 장기간 곤욕을 치르기 일쑤다. 정치권 동향에 민감한 재계에서는 이런 정보들이 ‘○○○리포트’ 등으로 문서화돼 공공연하게 나돈다. 최근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이런 루머 중 하나를 사실인 양 인터넷에 글로 써서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기간 후보자에게 네거티브 정보는 사실 여부를 떠나 치명적이고 후유증도 오래 남게 된다.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냉혹한 선거철에 또 얼마나 많은 루머 피해자가 생길지 걱정된다.

노석철 차장 schroh@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