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권오승 (15) ‘출총제’ 논란으로 재벌 문제 해결 어려움 알아
2006년 3월 16일부터 2008년 3월 5일까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있던 2년은 내가 가장 많이 기도했던 시기였다. 그만큼 시장 경제 속에서 공정거래를 확립하기 위해 공정위원장의 할 일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논란도 계속됐다.
우선 시장 경제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 공정거래관련 법과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또 독과점 사업자의 지위 남용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고, 방송 통신 금융 보건 에너지 등의 규제 산업에서 불필요하고 과도한 규제는 완화했다.
이에 따라 우리 공정위가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건 처리 건수가 공정위 역사상 2007년도에 가장 많았다. 또 경쟁법과 정책관련 전문잡지인 영국의 GCR(Global Competition Review)은 우리 공정위 경쟁력이 2007년 세계 10위, 2008년 7위라고 평가했다. 하나님의 격려였다.
물론 논란도 있었다. 가장 큰 이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였다. 이 제도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계열사의 지분 등을 보유해 지배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 1986년 마련됐다. 당연히 재벌과 관련돼 전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 2006년 내정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출총제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것이었다.
이 제도는 1998년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이후에 폐지됐다. 외국인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으로부터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제도 폐지 이후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순환출자가 크게 증가했다. 이 때문에 재벌총수가 5%미만의 적은 지분으로도 기업 집단을 모두 지배하는 폐해가 생기면서 1999년 다시 도입됐다.
출총제는 근본적으로 비합리적인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계열사 기업 활동을 사전 규제해 투자의욕을 저하시키고, 예외가 지나치게 많으며, 목적 실현수단으로 모순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2006년 7월부터 민간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상호출자 금지, 출자총액의 제한, 채무보증 금지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출총제 폐지를 위해서는 먼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환상형, 방사선형 순환출자 등의 악성 순환출자를 없애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악성 순환출자 중 새로운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이전 순환출자는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자 이와 관련된 곳이 반대하며 나섰다. 삼성그룹, 현대·기아차그룹, 일부 언론이 이 방안을 강력히 반대했다. 급기야 나를 몰아세웠다. 어떤 언론사는 “취임 초 ‘재벌 규제는 없다’고 하더니 8개월 만에 초강력 재벌규제책을 들고 나왔다”며 나를 ‘카멜레온’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곳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의 대기업을 국민의 기업이라고 했다며 비판했다. 이들 기업의 소유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분명히 ‘국민적 기업’이라 했는데 이 언론사가 ‘적’을 ‘의’자로 바꿨다. 대기업과 관련 있는 이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재벌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절실히 느꼈다.
악성 순환출자 해소는 2008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필요하다고 인정한 부분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출총제를 폐지해 버렸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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