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석의 아웃도어] 뜬봉샘과 데미샘

Է:2010-03-0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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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의 아웃도어] 뜬봉샘과 데미샘

그 많던 눈이 다 사라진 걸 보니 봄이 온 모양이다. 새해 마음먹은 일들이 뜻대로 안 풀리거나 의지가 자꾸 흔들린다면 새로 솟는 생명수를 보며 마음을 다잡을 일이다. 얼마 전 남도 지방을 여행하다가 금강과 섬진강의 발원지가 가까워 들러 보았다. 언 땅에 새 생명을 주려 힘차게 솟아나는 샘을 보니 ‘초심’이란 말의 순수함과 위대함이 절로 떠오른다. 봄이란 얼마나 경이로운 계절인가.

뜬봉샘이 있는 전북 장수군 수분리 마을은 말 그대로 물을 가르는 마을이다. 이 마을의 수분령(水分嶺)에서 금강과 섬진강이 갈리는 형국.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물뿌랭이(물뿌리) 마을이라고 한다. 이 마을 뒷산 능선 아래 양지 바른 곳에 금강의 발원 뜬봉샘이 있다. 한강의 발원샘인 검룡소나 낙동강의 황지 같은 감동적 정경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곡창지대를 적시는 젖줄의 모태로서는 손색이 없다.

특히 마을에서 샘까지 오르는 약 2㎞의 오솔길은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길처럼 신성하기 그지없다. 뜬봉샘이란 이름도 금강의 용이 이곳에 닿아 하늘로 승천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워낙 조용하고 고요해 적막강산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 인근에 논개 생가와 사당이 있는데 논개 역시 이 신성한 물을 마시고 깨끗한 절개를 키웠으리라.

맛의 고장 전라도 땅을 감아 도는 우리나라 최후의 청정하천 섬진강. 그 발원인 데미샘의 물맛은 일품이다. 혀를 감아 도는 질감과 목 넘김, 달큼함은 맛의 고장의 봄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데미샘은 금강의 발원 뜬봉샘에서 차로 30분 거리, 같은 산맥 줄기인 진안고원의 깊은 산중에 자리 잡고 있다. 뜬봉샘에 신성하고 신비한 기운이 감돈다면 데미샘은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분위기. 뜬봉샘이 기운 넘치는 용이라면 데미샘은 온화하고 소박한 어머니 품 같다.

이곳에서 발원된 섬진강은 진안과 임실, 곡성과 구례를 거치며 젖줄을 이어 간다. 진안의 인삼과 과일, 임실의 고추와 농산물, 곡성과 구례의 대나무 숲이 섬진강을 모태로 하고 있다. 이 물길을 따라 그림 같은 정자가 자리하고 있고, 역사책을 장식하는 수많은 인물과 사건이 말 그대로 대하드라마 같이 흘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에게 물이 주는 혜택은 다양하다. 특히 물리적 혜택보다 정신적, 정서적으로 주는 힘이 크다. 깨끗한 물을 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도 같은 이치인 것 같다. 이제, 밴쿠버 동계올림픽도 끝나고 세간의 관심이 4대강 치수 사업과 세종시 문제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 모쪼록 후손에게 부끄러운 과거는 남기지 않았으면 한다.

인간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발원샘의 물은 계속해서 솟을 것이고, 솟은 물은 큰 강을 이룰 것이고, 인간과 자연에게 혜택을 주며 흘러갈 것이다. 본인에게 해를 주건 이득을 주건 공평한 혜택을 주는 게 자연의 섭리인 것 같다. 봄을 맞아 금강과 섬진강의 발원샘을 보고 오니 많은 생각이 난다.

<아웃도어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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