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에 부끄러운 인간의 추악한 욕망… ‘에베레스트의 진실’

Է:2010-03-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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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에 부끄러운 인간의 추악한 욕망… ‘에베레스트의 진실’

에베레스트의 진실/마이클 코더스/민음사

존재만으로도 위엄을 드러내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8848m에 달하는 험준한 산은 산악인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며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써왔다. “그 산이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1924년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다 실종된 산악인 맬러리처럼 에베레스트는 현재도 수많은 사람을 불러들이며 가장 도전적인 산악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언론 ‘하트퍼트 쿠런트’의 기자 마이클 코더스는 ‘에베레스트의 진실’에서 웅장한 자연 뒤에 숨은 추악한 현실을 고발한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산악인은 과거에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정상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은 인간의 비열함을 들춰낸다. 저자의 체험기와 생생한 인터뷰가 더해져 산악인의 탐욕스러운 욕망은 날 것 그대로 드러난다.

“저는 에베레스트 등반을 대하는 모든 사람의 태도가 끔찍한 형태로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그저 그 꼭대기에 오르고 싶어 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은 곤경에 빠진 사람을 봐도 아는 체를 하지 않습니다.” 스페인의 저명한 산악인 후아니토 오이아르사발의 안타까운 탄식은 코더스가 경험한 현실과 겹쳐진다.

2004년 통신원 자격으로 아내와 함께 ‘코네티컷’ 에베레스트 등반대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현실은 끔찍했다. 일부 산악인들은 국경을 가로지르며 마약 밀수를 했고, 해발 6000m가 넘는 곳에서 매일 대마초와 맥주, 위스키에 몽롱하게 취해서 지냈다. 베이스캠프에서는 창녀들과 뚜쟁이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유혹했다. 고약한 짓을 저지른 자들은 그들의 행동을 제지하려는 대원들을 물리적으로 위협하거나 팀의 전력 공급 장치를 끊어 버리고, 음식을 나눠 주기를 거부하고, 돌을 던졌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구타를 하기까지 했다.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자 힐러리 경도 “사람들은 그저 그 꼭대기에 오르고 싶어 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은 곤경에 빠진 사람을 봐도 아는 체를 하지 않는다”고 개탄한 바 있다. 정상만 생각하고 동료애는 저버린 산악인들의 끔찍한 태도에 대한 힐러리 경의 탄식은 기우가 아니었다. 코더스는 이타심은커녕 최소한의 양심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질려버렸다.

등반 기간 동안 1만 달러가 넘는 텐트들, 로프, 목숨이 달려 있는 산소통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훗날 그 일부가 다른 팀 대원의 장비 속에 숨겨져 있는 일이 벌어졌다. 또한 다른 팀의 산소통과 장비를 훔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동료도 있었다. 배려심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상황도 개탄스러웠다. 다른 팀 대원이 고정시켜 놓은 밧줄과 장비를 마음대로 사용하면서도 그 등반로를 안전하게 만들려는 데는 조금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수천 달러나 들여 고용한 셰르파들도 자신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등반대를 버리고 가기 일쑤였다.

이쯤 되면 에베레스트에서의 사상(死傷)은 자연재해라기보다 인재(人災)라고 해야 한다. 과거엔 등반가의 목숨을 위협하는 폭풍과 같은 자연의 힘이 등정의 적이었다면 상업 등산객이 몰려드는 현재엔 사람들의 탐욕과 이기가 등정의 복병인 것이다.

문체는 저자의 체험과 에베레스트에서 실종된 아버지를 찾는 딸 파비올라의 고발이 더해지면서 더욱 격정적이고 신랄해진다. 무책임한 셰르파와 가이드에게 버림받아 실종된 미국인 의사 닐스 안테사나의 딸 파비올라는 자신들만 살겠다고 고객을 버린 가이드와 두 셰르파의 뻔뻔스러운 태도 앞에서 절망한다. 1만6000원.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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