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기 출판물 5200여종 한눈에… 오영식씨 ‘해방기 간행도서 총목록’ 펴내
해방 이후 6·25전쟁 직전까지 5년 가까운 시기(이하 해방기)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였다. 해방을 맞아 각계에서 다양한 욕구가 뜨겁게 분출했고, 출판계도 거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종이와 인쇄시설 부족 등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1000개가 넘는 출판사들이 생겨나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출판물을 쏟아냈고, 이는 해방 후 우리 문화 재건의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미군정기의 혼란과 엉성한 행정 체제, 좌·우익의 이념 대립 등으로 인해 당시 출판의 역사는 일정부분 공백으로 남아있다. 어떤 출판사들이 활동했고, 어떤 도서들이 간행됐는 지를 살필 수 있는 자료들이 부족했다.
보성고 국어교사이자 서지학자인 오영식(55)씨가 펴낸 ‘해방기 간행도서 총목록 1945∼1950’은 해방기 출간된 출판물 5200여종을 개관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존재조차 몰랐던 간행도서들을 무더기로 찾아내 정리함으로써 해방기 출판사 연구의 토대를 닦은 셈이다. 오씨는 이 책으로 지난주 한국출판학회가 수여하는 한국출판학회상(저술·연구 부문)을 수상했다.
◇해방기 출판사 연구의 길잡이가 될 역작=오씨의 신간은 해방기 간행도서 목록 수를 획기적으로 늘렸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1949년 조선출판문화협회가 발간한 ‘출판대감’과 1964년 국립중앙도서관이 발행한 ‘한국서목’ 등 기존의 대표적인 간행도서 목록의 성과를 크게 뛰어 넘는다. ‘출판대감’은 1945년 9월부터 1948년말까지 간행된 1720종의 목록이 정리돼 있고, ‘한국서목’은 같은 기간에 발행된 2180종의 목록을 담고 있다.
오씨의 책에는 5288종(단행본 3876종, 잡지 1412종)의 목록이 출판사별, 저자별, 주제별로 정리돼 있다. 단행본만 치더라도 기존 간행도서 목록들에 비해 1600여종 이상을 더 찾아낸 것이다.
오씨가 추가한 목록에는 남북 분단의 진행과 이념대립으로 남한에서는 가려졌던 사회주의 관련 서적, 지방출판사에서 출간됐지만 납본이 누락된 도서,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개인들이 펴낸 도서 등이 다수 포함됐다. 상당수는 오씨가 소장한 도서들이다.
목록을 출판사별로 정리한 것도 의미 있는 시도이다. 해방기 출판사에 대한 연구 자료가 태부족인 상황에서 이 책은 당시 출판사들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출판계 원로들과의 대담 내용을 실어 해방기 출판사에 대한 이해를 도운 것도 눈에 띈다. 출판사 로고와 인지, 책 표지 등 이미지를 풍부하게 실은 것도 의미있는 작업으로 꼽힌다.
박몽구 한국출판학회 이사는 “조국 건설기인 해방기에 어떤 책들이 나왔는지를 실증적으로 살펴보고 연구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도 “이 자료집은 해방기 출판사 연구에 길잡이가 될 것은 물론이고 문학사 문화사 사상사 출판문화사를 비롯한 여러 분야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와 간행도서로 살펴본 해방기 출판의 특징=오씨가 책 앞부분에서 정리한 글에 따르면 1945년 활동한 출판사는 잡지발행처까지 합쳐 120개에 달했다.
가장 활발했던 출판사는 175종을 출간한 을유문화사였고, 다음으로 정음사(167종), 금룡도서(78종), 동지사(67종), 박문출판사(64), 동방문화사(62종) 등이 뒤를 이었다. 해방기에는 일제 시대에 출간된 도서를 재출간한 책이나 번역서가 많았다. 오씨는 “필자의 절대부족으로 인해 새로운 저술은 쉽지 않았고, 일제에 의해 가로막혔던 서구지식과 문물에 눈뜨게 되자 번역이 시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방 이후 국가의 기틀을 세우려던 시기이다보니 좌우익 이념서적들도 봇물을 이뤘다. 냉전체제 속에서 민족의 자립 역량을 확보하고, 올바른 사회체계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 책들도 많았다.
용지난을 반영하듯 판형이 작은 문고본들도 유행했다. 이 책에 실린 문고본만도 31개 출판사가 펴낸 34종이다. 해방기 베스트셀러로는 박계주의 소설 ‘순애보’, 김래성의 탐정소설 ‘마인(魔人)-범죄편’, 김구의 ‘백범일지’ 등이 이름을 올렸다. 문학작품, 그 중에서도 통속소설 등이 많았고 근대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문장가로 평가받은 상허 이태준의 저작들도 인기였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