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식물이야기] 복수초가 건네온 황금빛 봄 소식
새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는 복수초가 황금 빛 꽃을 피워 올렸다. 이른 봄 눈 속에서 피는 꽃이라고 해서, 얼음새꽃이라고도 하고 눈 속의 연꽃처럼 피어난다 해서 설연(雪蓮)이라고도 부르는 복수초는 이 땅에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상징이다. 병아리 솜털처럼 노란 빛깔도 그렇고, 땅 밑에 납작 엎드린 채 고개만 살짝 내밀고 피어난 앙증맞은 모습 또한 모든 시작의 조짐을 닮았다.
해마다 설 지나면 피어나는 ‘복수초’라는 이름에는 세배 올리며 덧붙이는 ‘행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인사의 뜻이 그대로 담겼다. ‘원단화(元旦花)’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었다.
복수초의 꽃은 20∼30장의 꽃잎 가운데에는 꽃잎보다 화사한 노란 색의 꽃술들이 한가득 돋아나 무척 화려하다. 널찍하게 펼친 꽃잎은 가장자리에서 살짝 오므라들었는데, 이를 놓고 옛 사람들은 황금 술잔을 떠올린 모양이다. 그래서 황금 잔이라는 뜻의 측금잔화(側金盞花)라는 이름도 있다. 참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복수초는 햇살 따라 몸 단장을 빠르게 바꾼다. 추위가 채 사라지지 않은 이른 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혹시라도 몸살이나 나지 않을까 매무시에 무척 신경 쓰는 기미다. 복수초의 꽃은 이른 봄에 피어나는 탓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볼 만큼 반갑지만, 잠시 한눈 팔다가 되돌아보면, 어느새 몸짓이 달라져 있어 놀라게도 한다. 해 뜰 때나 질 무렵에는 더 그렇다.
해 뜨면서부터 복수초는 서서히 꽃봉오리를 열지만, 꽃잎을 활짝 열려면 햇살이 완전히 따스해지는 오전 11시경은 돼야 한다. 그리고는 다시 조금씩 입을 다물기 시작한다.
해 질 무렵이면 이른 아침처럼 꽃봉오리를 완전히 오므리고, 언제 입을 열었느냐는 듯이 시치미를 뗀다. 그래서 하루 종일 바라보고 있어도 지루한 줄 모르는 꽃이 복수초다. 가만히 바라보면 꽃잎이 오물오물 움직거리는 모습이 보일 듯도 하다.
복수초가 피어났다는 건, 봄꽃들이 곰비임비로 환하게 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즈음에 숲을 찾으며 설레게 되는 이유다.
이 작고 가녀린 꽃을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면서 이 꽃에 담긴 사람살이의 소망과 기원을 한껏 되새겨 볼 만한 봄이다. 때마침 복수초 꽃의 빛깔만큼 화려한 금메달을 목에 건 우리 젊은이들이 돌아온다. 복수초처럼 황금빛 메달처럼 밝고 희망찬 새 봄이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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