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질서 위해 허락된 것 VS 기독교 가치관에 어긋나
한국 기독교계의 큰 관심을 모은 사형제도에 대해 25일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자 5대 4로 간신히 결정한 헌법재판관들처럼 기독교계의 입장도 어느 쪽이 다수라 할 수 없을 만큼 엇갈렸다.
합헌 결정이 내려진 25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재판정 앞에서 열린 종교·인권·시민단체 기자회견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사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계 대표들이 참석,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합헌 결정에 실망한다”는 내용의 성명에 함께 목소리를 실었다.
NCCK 정의평화위원회 정상복 위원장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은 인간의 생명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하고 이를 이념과 법률, 제도 등 어떤 것으로도 박탈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하면서 “오늘 선고도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합헌 의견을 냈을 뿐이므로 시대적 흐름이 사형제 폐지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형제 유지를 주장해 온 보수적 기독교계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김운태 총무는 “성경적으로나 신앙적으로나 사형제는 유지되는 것이 맞다”면서 “헌법재판소가 타당한 결정을 내렸다”고 평했다.
사형제를 두고 기독교계의 의견이 이처럼 나뉘는 것은 성경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쪽은 구약성서의 모세 율법을 근거로 한다. ‘고의로 살인한 경우는 반드시 죽이라’(출 21:12, 민 35:31)고 한 율법을 하나님께서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사형제를 허락하신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날 합헌 판결을 낸 헌법재판관들의 “범죄 예방과 국민의 생명 보호, 정의 실현 등 사회적 공익이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이라는 사익에 우선한다”는 의견과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신약과 구약을 관통하는 창조, 생명 존중, 사랑과 용서라는 가치관으로 볼 때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의 생명을 사람이 박탈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이 생각은 이날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공통적으로 “사형제는 생명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한 것과 통한다.
또한 일부 성서학자는 죄인이 피신하면 죽이지 못하게 한 ‘도피성 제도’(수 20:1∼3)를 예로 들며 구약도 범죄자에게 사형 외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근거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기독교계는 사면이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주장하고 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중 3명도 이를 사형제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번 선고에 앞서 양쪽 기독교계는 각각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활동을 집중적으로 벌여 왔다.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사폐연)는 지난해 말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목회자 및 사회 지도층 기독교인 110명의 서명을 받아 헌법재판소장 앞으로 보냈으며 사형제 폐지 법률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 법사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면담하기도 했다.
한기총도 ‘사형제 폐지에 대한 한국 교회 입장’이라는 제목의 사형제 유지를 권고하는 문서를 지난 11일 이번 선고를 담당한 헌법재판관들에게 보낸 바 있다. 이는 2005년 8월 19일 한기총 신학연구위원회가 발표했던 성명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다.
양측은 앞으로도 관련 활동을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NCCK 정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합헌 의견은 어디까지나 헌법적인 해석일 뿐 사형제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앞으로 사형제 폐지 법률 통과, 사형 집행 유예 등을 위해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기총 김 총무는 “사형제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사형 선고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으로 보완되도록 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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