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灣’ 명칭 싸고 중동 또 하나의 전쟁

Է:2010-02-2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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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灣’ 명칭 싸고 중동 또 하나의 전쟁

#1. 최근 이란 상업 항공사인 키쉬에어 소속의 한 그리스 직원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비행 항로 모니터에 ‘아라비아만’ 표기를 내보냈다는 게 이유였다.

#2.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 본부를 둔 ‘이슬람 결속 스포츠연합회’는 오는 4월 이란에서 열리는 스포츠대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주최국 이란이 메달에 ‘페르시아만’이라는 명칭을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만(灣)에 대한 명칭을 놓고 이란과 7개 아라비아반도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곳은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전략적 요충지여서 더욱 첨예하다. 이란은 ‘페르시아만’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아라비아반도 국가들은 ‘아라비아만’ 사용을 국제사회에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이란이다. 베흐바하니 하미드 이란 교통부 장관은 22일 “이란을 향하는 페르시아만 이남 국가들의 항공기는 이란 서남부 해역을 통과할 땐 반드시 ‘페르시아만’ 표기를 해야 한다”고 지침을 밝혔다. 이를 어기면 이란 상공을 통과할 수 없다는 경고였다.

이 만은 1960년대 이전까지 대부분의 지도나 문서에 ‘페르시아만’으로 기록됐다. 다리우스 1세와 크세르크세스 대왕이 통치하던 페르시아 제국 시절부터 사용했다. 그러나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국가들이 같은 이슬람권임에도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국제 현안에 대한 견해가 달라지면서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 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3일 보도했다.

최근 이란은 아라비아반도 국가들이 미군기지 주둔을 허용해 지역안보를 해쳤다고 주장하고, 아라비아반도 국가들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탓으로 돌렸다. 특히 이란은 아라비아반도 국가들의 명칭 변경 주장은 이란 주권을 침해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거라고 비난했다.

아라비아반도 국가들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두바이 걸프리서치센터의 무스타파 알 아니 박사는 “이제 아랍권이 표기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해야 할 때”라고 UAE 영자지 걸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영국의 지도제작사인 콜린스는 이 만을 그냥 ‘걸프(The Gulf)’로 표기하고 있다. 항공사들도 이를 따르거나 아예 표기하지 않고 있다.

지명을 둘러싼 분쟁은 중동 외에도 민족주의와 지정학, 국제항공의 교차점에서 늘 발생하고 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도 하나의 섬을 두고 각각 포클랜드와 말비나스라는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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