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키우듯 ‘Ballet’ 올인 했지요

Է:2010-02-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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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키우듯 ‘Ballet’ 올인 했지요

15돌 맞는 서울발레시어터

안무가 제임스 전, 단장 김인희 부부


1994년 11월 11일, 제임스 전·김인희 부부와 8명의 동료들은 무모한 결심을 한다. 외국 작품만 공연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작품을 만들고 이것을 외국으로 수출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석 달 뒤인 95년 2월 19일, 제임스 전·김인희 부부는 발레단체 창단식을 가졌다. 서울발레시어터의 시작이었다. 제임스 전은 안무가를, 김인희는 단장을 맡았다. 최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내에 있는 서울발레시어터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3개월 만에 단체를 만들었으니 얼마나 준비도 안하고 일을 저질렀겠냐”고 입을 모았다.

창단식에 참석한 발레계 어른들은 “좋은 일 많이 하렴”이라며 안쓰러운 위로와 덕담을 건넸다. 가시밭길을 자처한 후배들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걱정이 앞선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만만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한국 실정을 몰랐어요. 외국은 춤 잘 추고 좋은 작품 만들면 자연스럽게 세금, 후원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 여기서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제임스 전) “연습장과 안무가가 있고 좋은 무용수 있으면 발레단은 문제없이 운영된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그때부터 계산기 두드리면서 ‘앞으로 2∼3년을 어떻게 살지?’ 이런 고민 했으면 못 했을 거예요.”(김인희)

두 사람은 발레단을 정말 사랑한다. 발레단을 운영하기로 결심하면서 자녀를 두지 않기로 결심할 정도로 모든 것을 발레단에 쏟았다. “아이가 있었으면 발레단 운영 못했을 거예요. 아이 하나 키우는 게 발레단 운영하는 거하고 맞먹을 정도로 힘든 일인 거 같아요. 아이 키우는 친구들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김인희) 두 사람에겐 발레단은 자식이다. 그런 발레단이 19일로 열다섯 살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다. 발레단을 바라보는 두 사람은 마냥 대견하기만 하다. 온갖 어려움을 이기고 잘 자라줬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고비는 97년 외환위기 때 찾아왔다. 그때까지 발레단의 수익원이었던 발레아카데미가 경제난으로 수입이 급감하면서 빚더미에 앉기 시작했다. 결국 창단 5년 만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연습실과 사무실을 정리하고 빈털터리가 됐다. 부부는 가지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월세로 옮겼고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 그리고 서울 예술의전당에 새 둥지를 틀었다.

김 단장은 “임대료는 비쌌지만 예술의전당의 브랜드 가치를 업으면 아카데미 운영이나 공연 모두 제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국립발레단이 법인화되고 예술의전당으로 오게 되면서 불편한 동거를 해야 했다. 국립발레단이 아카데미를 운영했기 때문에 서울발레시어터는 아카데미를 운영할 수도 없었다. 다시 2년 만에 수억 원의 돈을 날리고 결국 서울발레시어터는 2001년 12월 문을 닫았다. 그러나 다음 해 6월 다시 일어섰다.

“애를 낳았는데 싫다고 버릴 순 없잖아요. 시작했는데 힘들다고 포기할 수 있겠어요? 뉴욕발레시어터도, 아메리칸발레시어터도 힘든 시간을 겪고 세계적인 단체로 성장했어요. 항상 열심히 하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제임스 전) “무용수들이 연습하는 거 보면 눈물이 나요. 월급도 적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지만 자기 몸을 불사르듯이 연습하고 공연을 해요.”(김인희)

과천에 새 집을 마련하고 단원들과 힘을 모아 안정을 찾아가던 중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오면서 다시 한 번 서울발레시어터는 위기를 맞는다. 모든 단원의 급여를 40% 깎는 고통분담을 통해 어려움을 돌파했다. “올해는 일단 재작년 수준으로 모든 걸 회복했어요. 상주단체 지원금도 받고,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 지원도 받게 됐어요. 4년 전부터 CJ문화재단과 결연하면서 다소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어요.”

두 사람의 부부싸움은 90% 정도가 서울발레시어터에 관련된 일이다. 주로 김 단장이 안무에 관여하려고 하고, 전 안무가가 발레단 운영에 훈수를 두려고 해서 생기는 문제다.

단원 기용을 두고도 김 단장은 “학교 졸업발표회도 아닌데 준비 안 된 단원을 쓰면 안 된다. 지금 기회를 주면 영원히 몸을 안 만든다”는 입장인 반면 전 안무가는 “기회를 주면 몸을 만들고 살을 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발레는 부부의 전부나 다름없다.

자녀가 장성하면 부모의 곁을 떠나듯 두 사람은 언젠가 서울발레시어터를 품안에서 내보낼 생각이다. 15년간 모든 것들 다 바쳐 희생하고 발레단을 키워왔지만 서울발레시어터가 두 사람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 4∼5년 후에는 새로운 안무가와 단장에게 자리를 내줄 생각이다. 두 사람은 “쉽지는 않겠지만 내 것을 다 바치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글=김준엽 기자, 사진=조진영 인턴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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