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평화의 상징?… 골칫덩어리!
병균 옮겨 질환 유발, 철제 구조물 부식시켜
유해동물 지정 후 후속대책 없고 개체수 파악도 안돼
환경부가 지난해 5월 비둘기를 유해동물로 지정했지만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피해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비둘기 개체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환경부에 물어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천덕꾸러기 된 비둘기…피해 커져=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더러움의 표상으로 변한 지는 이미 오래다. 대학생 김정윤(22)씨는 “날갯짓을 할 때마다 병균이 떨어지는 것 같아 비둘기를 보면 멀찌감치 피해가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코리아가 네티즌 7101명을 대상으로 비둘기의 유해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5893명(83%)이 ‘유해하다’고 답했다.
비둘기 배설물의 강한 산화력은 철제 구조물을 부식시킨다. 경희대 생물학과 유정칠 교수는 15일 “배설물이 응고한 뒤 빗물과 결합하면 화학작용이 일어나 철을 부식시킨다”며 “비둘기가 둥지를 많이 트는 철제 교량의 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 역시 배설물 피해가 크다.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에 있는 국보 2호 원각사지 10층석탑은 배설물로 인한 부식이 심각해 탑 전체를 유리로 가리는 궁여지책을 12년째 쓰고 있다. 비둘기 배설물과 산성비로 부식됐던 경천사지 10층석탑(국보 86호) 역시 1995년 해체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져 2005년에야 어렵게 복원됐다.
비둘기 깃털에 붙어 있는 오염물질과 병균은 인체에 해를 준다. 섬 지역 비둘기에 비해 도시 비둘기 깃털에 붙어 있는 오염물질의 양은 3배 정도 많다. 오염물과 병균은 천식 등 기관지 질환을 유발한다(표 참조). 진드기, 이 등 체외기생충도 사람에게 옮겨질 수 있다.
◇손 놓고 있는 관계 기관…‘먹이 조절’이 효과적=실태 파악이 안 되다보니 대책 역시 요원하다. 지난달 본보와의 통화에서 “2월 중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던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12일 통화에서 “3월은 돼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구청 합동으로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비둘기 개체수를 조사하려다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유해동물 지정과 함께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으면 비둘기를 포획할 수 있지만 실효성도 없고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영등포·구로구에만 한 건씩의 포획 신청만 들어온 상태다. 구로구청 송동명 녹지팀장은 “포획만으로 피해를 막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둘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먹이 조절’을 통해 개체수를 줄이는 방법이 최선책이라고 말한다. 스위스 바젤에서 효과를 본 이 방법은 비둘기집을 만들어 그곳에만 먹이를 주고 전담 관리인이 지속적으로 비둘기 개체수를 조사해 정해진 수를 넘으면 알과 새끼를 제거하는 식이다. 유 교수는 “이 방법을 쓴 88∼92년 바젤의 비둘기 개체수가 50% 감소했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국현 기자, 이승민 대학생인턴기자 jo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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