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 휘말려 든 캐나다서 온 15세 소녀 ‘캔들 플라워’
시인으로 출발해 소설가를 겸업하고 있는 김선우(40)가 장편 ‘캔들 플라워’(예담)를 펴냈다. 캔들(양초)과 플라워(꽃)를 합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소설은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 정국을 배경으로 한다. 이념적 지향에 따라 평가가 극단으로 엇갈리는 촛불 집회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소설은 처음이다.
소설은 캐나다의 오지 마을에 사는 열다섯 살 소녀 지오가 한국을 방문해 한 달 가량 촛불 집회를 경험한 뒤 돌아가는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룬다. 프랑스의 사회변혁운동인 68혁명에 참여했던 프랑스인 할머니, 그녀가 한국 남성 사이에서 낳은 엄마, 엄마의 동성 애인인 조안 아줌마와 함께 히피 공동체 분위기 속에서 자란 지오는 다문화적이면서도 자연주의적인 감각을 지닌 아이다.
지오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이십대 후반 직장여성 희영을 만나러 왔지만 한국에 온 진짜 이유는 뒤늦게 존재를 알게 된 자신의 쌍둥이 형제를 찾는 것이었다. 희영의 허름한 빌라에서 함께 지내게 된 지오는 희영의 친구들인 아마추어 영화감독 연우, 수아를 만나게 되고 그들을 따라 서울 도심에 나갔다가 촛불집회에 휘말려 들게 된다.
소설은 촛불 문화제가 거리시위로 발전하고, 경찰이 강제진압에 나서고, 광화문 일대에 60만 인파가 모인 6월 10일 집회까지 이어지는 촛불 정국의 전개 과정을 따라간다. 그러면서 촛불의 의미와 그 속에서 쏟아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지오의 시선을 중심으로 담아낸다. “쇠고기 문제로 촛불은 시작되었지만, 사람들은 이제 광장에 나와서 자기 마음속에 깊이 맺혀 있던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들, 힘 있는 사람들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던 얘기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217쪽)
지오의 독백을 통해 작가는 촛불은 일방주의를 거부하고, 소통을 꿈꾸는 사람들의 한풀이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비친다. 작가는 “2008년 ‘촛불’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사건이었지만 너무 빨리 잊으려했고, 잊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었다”고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촛불집회를 정면으로 다루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안을 통찰하고 독자와 소통해야 하는” 작가의 의무를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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