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오종석] ‘진시황 개 밥그릇’
#골동품 수장가인 한 외국인은 진시황릉이 있는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을 찾았다. 한 농가를 지나던 이 외국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개 한 마리가 밥을 먹고 있는데, 그 밥그릇이 진시황 때 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개 밥그릇을 가져갈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후한 값으로 개를 사고 대신 덤으로 개 밥그릇을 달라고 하면 될 것이란 생각이었다.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어수룩해 보이는 늙은 농부가 있었다. 그는 이 농부에게 “당신의 개를 사고 싶은데 얼마에 팔 수 있느냐”고 물었다. 농부는 보통 개 한 마리에 200위안(3만4000원) 정도 하는데 정이 들어 팔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는 1000위안을 주겠다고 다시 제안했다. 농부는 마지못해하면서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농부에게 “이제 개를 팔아 이 그릇은 소용없으니 내게 선물로 달라”며 개와 함께 개 밥그릇을 가져가려 했다. 이에 농부는 정색을 하면서 “이 개 밥그릇으로 개를 몇 마리나 팔았는데 이걸 당신에게 주느냐”며 개 밥그릇을 빼앗아갔다.
중국의 인터넷 등에서 유행하는 우스갯소리다. 이 이야기에는 중국인들의 속성이 들어있다. 겉보기엔 어수룩하고 늙은 농부와 같은 중국과 중국인을 쉽게 보면 낭패 볼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자 당시 전 세계는 거대한 내수시장에 군침을 흘리며 흥분했다. 전 세계가 중국으로 몰려들었고, 한국 기업들의 투자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200위안짜리 개를 5배나 주고 산 외국인 신세가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2008년 말 기준으로 2만2000여개에 이르고, 매년 증가 추세다.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은 개인사업자 등까지 포함하면 5만여개나 된다고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들은 중국에서 상당한 성과도 거두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한국의 중소기업, 특히 개인사업자들은 중국에 대한 충분한 준비기간이나 전략 없이 뛰어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같은 문화권에 속한 중국을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WTO 가입 이후 중국에선 임금이 치솟았고, 세제혜택도 축소됐다. 이로 인해 앞뒤 안 가리고 투자에 나섰던 많은 한국 기업들이 쓰러졌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공예품(액세서리) 공장을 운영하는 한 한국인 사업가는 최근 지방정부 쪽에서 자주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가끔 전기까지 끊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1990년대 처음 진출할 땐 지방정부 측에서 투자유치를 위해 갖가지 당근을 제시했다고 한다. 땅도 싸게 불하해주고 전기, 물 사용 등에 있어서도 세제혜택을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엔 세제혜택은 줄고 임금은 인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의 간섭만 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엔 노동집약적 업종을 줄이려는 중국 지방정부의 의도도 깔려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중국을 보면 겉은 개방된 것 같지만 속은 규제 투성이다. 이게 바로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 중국만의 비공식적 규제사항인 ‘잠규칙(潛規則)’이다. 외국기업은 ‘걸면 다 걸린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고 중국에 대한 투자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은 인구 13억이라는 엄청난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데다 초고속 성장을 계속하는 나라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기업에 중국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언제부턴가 ‘중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어디를 가서든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중요해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성공하려면 우선 중국사회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또 중국 관련 법률은 물론 잠규칙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특히 한국 시각으로 중국을 섣부르게 판단하는 건 절대 삼가야 한다.
베이징=오종석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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