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에 맞서라” 토끼 인간의 반란

Է:2010-01-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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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에 맞서라” 토끼 인간의 반란

‘천재토끼 차상문’/김남일/문학동네

소설가 김남일(53)이 오랜만에 장편소설 ‘천재토끼 차상문’(문학동네)을 선보였다. 장편소설로는 일제시대 함경도를 배경으로 식민지 시대를 힘겹게 살았던 민중들의 삶을 재현해 낸 대하소설 ‘국경’(전 7권)을 1996년 완간한지 14년만이다.

이번 소설은 무거운 주제를 정색하며 써내려간 그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분위기다. 주제는 ‘인간 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묵직하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은 딴판이다. ‘토끼 영장류’란 독특한 캐릭터를 내세워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재미있게 끌고 간다.

소설은 IQ 200이 넘는 ‘천재토끼’ 차상문의 기묘한 일대기를 다룬다. 1950년대 중후반 시골 초등학교 여교사였던 어머니가 오빠를 수사하던 공안경찰에게 겁탈을 당해 태어난 차상문은 토끼의 외양을 가진 ‘토끼 영장류’다.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에 빠져 지내며 성장한 그는 미국 버클리대로 유학을 떠나고, 그곳에서 산업 문명에 맞서 싸운 천재 수학자 출신의 ‘쿠나바머’라는 은자를 만나면서 삶에 일대 전환을 맞는다. 쿠나바머와의 교류를 통해 인간이 이끌어 온 문명사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된 그는 군사정권의 기세가 등등한 1980년대 초반 귀국해 국립대 교수가 된다. 그러나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나약한 지식인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고 제자가 국가 폭력으로 희생되자 교수직을 버리고 인류 문명을 비판하는 등의 괴이한 운동을 펼친다.

차상문은 세상에 “걸을 때 제발 쿵쿵거리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데 이는 주변의 다른 존재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 달라는 간절한 요구였다.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인간들이 빚어내는 다양한 사회 부조리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지만 그의 이런 노력은 전혀 반향을 얻지 못한다. 대안도 찾지 못하고 절망감에 사로잡힌 차상문은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해 자신을 임신했던 곳인 시골 초등학교 뒷산 동굴에 스스로 갇혀 세상에서 사라지는 길을 택한다. 소설은 인류 문명의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인간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라는 주장에 토를 다는듯 인간의 삶의 방식과 태도에 비판을 가한다.

지난 19일 서울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만난 작가는 “이번 소설은 버클리대학 최연소 종신교수직을 사임하고 몬태나의 깊은 숲에 은거하며 산업 문명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던 수학 천재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일명 유나바머)의 이야기에서 착안해 쓰게 됐다”고 말했다. 카진스키는 13년간 폭발물 우편을 무작위로 발송해 3명을 살해하고 23명을 부상시킨 후 1996년 FBI에게 체포된 테러리스트이다. 작가는 “유나바머의 문제제기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그가 비뚤어진 세상에 대해 던진 문제의식에는 일정 정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현재 우리 인간들은 물질을 지나치게 숭배하고, 허상을 맹신하며 타인과 다른 생명체를 배려하지 않는다”며 “그런 태도나 사고방식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오래 전에 구상하고 시도했지만 제대로 진전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인공을 토끼로 바꾸니 글이 술술 풀렸다고 했다. 그는 “2008년 말부터 지난해 2월 초까지 강원도 홍천 폐가 사랑채에서 본격적으로 집필에 들어가 두 달도 안돼 초고를 마무리했다”며 “이 글을 쓰는 동안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글 사진=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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