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감독·선수, 짜고치는 야구 판 뒤집기

Է:2010-01-22 17:46
ϱ
ũ
불량 감독·선수, 짜고치는 야구 판 뒤집기

‘천하무적 불량야구단’/주원규/창비

“오늘 우리의 삶조차 기회와 역전의 가능성이 주어진 각본대로 정해져 있다면, 그래서 패배가 결정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주어진 각본대로 적당히 순응하는 착한 선수가 되는 게 옳을까요? 주어진 각본과 역할을 걷어치우고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버텨내는 ‘불량주전’으로 살아남는 게 좋을까요.”(‘작가의 말’ 중 일부)



목사 출신 소설가 주원규씨가 장편소설 ‘천하무적 불량야구단’을 펴냈다. 그는 지난해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라는 평과 함께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장했다. 그가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야구’다. 야구는 과학적인 분석력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역전과 재역전의 가능성을 갖고 있어 9회 말 투아웃까지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스포츠다.

소설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에서조차 만약 각본대로 모든 게 짜여져 있다면, 과연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욕설을 서슴지 않고 지옥 훈련을 시키는 감독, 재미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승리만을 위한 야구를 추구하며 승리만능주의 아마추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감독 김인석. 그래도 그가 이끄는 야구팀 삼호 맥시멈즈는 만년 하위권을 맴돌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상대팀은 페넌트레이스 상대 전적 17승2패의 미성 스틸러스. 데이터만 보면 맥시멈즈의 압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1차전이 시작되자 선수들은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주고 만다. 가난한 구단 맥시멈즈에서 스틸러스로 이적시켜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주전 선수들이 경기를 포기한 것. 김인석은 팀 내 퇴물, 꼴통 2군 선수들을 데리고 그들만의 한국시리즈를 펼쳐간다.

한국시리즈 7차전 기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펼쳐지는 이야기인 만큼 서사는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문체엔 박진감이 넘친다. 불량 감독과 불량 선수가 만나 다 정해진 판을 뒤집으려는 열정과 노력은 무모하고 미련하지만 뜨겁다.

작가가 야구를 통해 얘기하려는 것은 곧 인생이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이미 결정돼 있는 듯한 답답함과 무기력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것이다. 승리를 향한 집념으로 끝까지 노력하는 ‘불량 주전’들을 보며 우리는 과연 누가, 무엇이 진짜 불량인지 묻게 된다. 인생 역시 설사 남들은 ‘불량’이라고 평가할지라도 자신을 속이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게 최고라는 응원을 보내는 셈이다. 목사라는 직업과 야구라는 소재의 상관성은 없어도 세상과 사람을 위무하는 손길을 통해 그의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소설의 구성이나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캐릭터의 생생함과 빠른 스토리 전개에 빠져 들다보면, 어느새 희열을 주는 결말에 이른다. 현실의 벽이 얼마나 견고한 것인지 보여주는 에필로그는 씁쓸하지만, 희망의 메시지는 긴 여운을 남긴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