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원교] ‘사법부 독립’을 誤用하는 사법부
“지금은 법원이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 위한 방안 제시해야 할 때”
이용훈 대법원장이 그제 저녁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계 인사들과 만찬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법원장은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 이후 지난 15일 ‘최근 판결 비판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내놓은 뒤 침묵 모드로 일관했다. 하기야 정치권과 변호사단체 등이 공방을 벌이는 와중이라 말을 보탤 형편도 아니었다.
그는 식사 자리에서 “비판이 많이 제기돼 걱정스럽다. 개인적으로 좀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강기갑 무죄 판결’ 뒤 빚어지고 있는 법원과 검찰 간 갈등에 대해 유감 표시도 했다는 게 참석자의 전언이다. 그랬던 그가 어제 출근길에는 “사법부 독립을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강기갑 무죄 판결에 이은 소위 ‘이념 편향 판결’은 사법개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어제 사법제도개선특위 첫 회의에서 “대법원장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또다시 압박했다. 대법원장에게 진보성향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해체도 요구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판결 내용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법치주의 파괴”라며 사법개혁특위에 앞서 검찰개혁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대립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변협이 “일단 판결이 선고되면 그 판결은 국민의 것으로, 해당 판결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하자 민변은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을 두고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의견을 발표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강기갑 무죄 판결은 애초부터 이념투쟁 양상으로 전개될 소지를 안고 있었다. 여기에다 ‘전교조 무죄’와 ‘PD수첩 무죄’ 판결까지 겹치긴 했지만. 급기야 ‘강기갑 무죄’를 선고한 이동연 판사에 대한 신변 보호가 필요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본질이 흐려지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강기갑 판결의 경우 저마다 그럴듯한 논리를 들이대지만 판사의 재판권 남용이 문제의 핵심임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재판에 반영하고야 말겠다는 판사의 오만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스스로 편견에서조차 벗어나지 못한 법관이 법대에 앉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상당수 젊은 판사들이 판결로 세상을 바꾸자는 이른바 ‘사법적극주의’ 경향을 띠고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세월이 흐른 뒤 국가를 바로 세우는 판결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인가? 사법부 독립을 방패막이 삼아 편향적 판결을 한 적은 없는가? 판결의 역사성을 생각하지 않는 법관이라면 그 소임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들은 미국의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 대법원장은 2005년 9월 취임 일성으로 권위주의 시절 사법부가 저지른 잘못을 고백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법원의 신뢰회복을 위해 과거사를 정리한 ‘역사속의 사법부’를 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자는 과거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 법적 안정성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법원장이 사법부 신뢰 문제를 소홀히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는 2006년 2월 신임 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한 해 뒤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도 “국민이 재판 결과에 승복하도록 해야만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 뒤에도 국민이 법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이 대법원장이 어제 ‘사법부의 신뢰 회복’이 아니라 ‘사법권 독립’을 강조한 뜻은 무엇일까. 여론몰이식으로 사법 개혁 공방을 벌이는 정치권에 대한 반발일까. 지금은 법원 스스로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할 때다. 사법권 독립 주장이 사법부의 오만으로 비춰진다면 법원에게 불행한 일이다.
정원교 카피리더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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