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골프 연수…출국장 ‘북적북적’
내국인들의 나라 밖 씀씀이가 급격히 늘고 있다. 여행업계는 해외 여행객이 봇물 터진 듯 쏟아진 2007~2008년의 `잘나가던 시절'을 다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출국자 수는 2007년 3월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골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저마다 골프클럽을 들고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이는 원화가치가 강세를 띠면서 상대적인 구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산 가격이 올라 심리적인 여유가 생기고, 출국자들의 발목을 잡던 신종플루가 다소 잠잠해진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너도나도 남쪽나라로
회사원 최모(41)씨는 다음 주 주말을 껴서 친구들과 함께 필리핀으로 떠난다. 최씨는 "올겨울에는 필리핀에서 골프를 즐길 계획"이라며 "오히려 국내 라운딩보다 값도 싸고 예약도 쉽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골프 여행을 중심으로 해외 여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가장 쉽게 감지되는 곳은 여행업계.
하나투어는 현재까지 출국 예약자가 11만8천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었다고 밝혔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여행업이 호황을 누리던 2008년 초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모두투어가 모집한 해외 여행객은 15일 기준으로 6만4천명이었다. 이는 2008년 1월 한 달 동안 모집한 인원(6만5천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설 연휴 1개월 전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보다 예약자가 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해외 여행객 중에는 중국 남부, 동남아, 남태평양 등으로 향하는 골퍼들이 적지 않다. 여행사의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연ㆍ월차 휴가를 모두 소진하라고 독려하자 친구 또는 부부 동반 골프 여행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출국 러시' 당분간 이어질 듯
나라 밖 지출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들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3분기 중 해외 신용카드(체크ㆍ직불카드 포함) 사용액은 14억8천700만 달러로, 2분기보다 15.9% 증가했고 1분기보다는 35.2% 늘었다.
한은 국제수지 통계에서는 지난해 11월 건강 관련 여행지급액이 860만 달러를 기록, 10월의 830만 달러보다 3.6% 늘었다. 2008년 11월과 비교하면 26.5% 증가한 규모다.
순수 여행지급액의 경우 2008년 11월 4억1천590만 달러에서 지난해 11월에는 5억9천400만 달러로 42.8%나 늘었다. 이 같은 `출국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다음 달 설 연휴를 낀 해외 여행 수요가 심상치 않다. 업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국제선 좌석 잡기가 힘들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음 달 좌석 예약률이 9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해외 여행이 정점을 이뤘던 2007~2008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다음 달 중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이 이미 6만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135%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관광은 설 연휴 해외여행 상품 예약이 이미 매진됐다.
한동안 움츠렸던 유학ㆍ연수생들도 본격적으로 여행 가방을 싸고 있다. 국제수지상 유학ㆍ연수 지급액은 지난해 11월 3억1천720만 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89.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달러 가치가 많이 떨어진 미국을 중심으로 유학ㆍ연수생이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효과로 구매력↑.."서비스적자 심해질 것"
최근 해외 여행이 부쩍 늘어난 가장 큰 요소는 무엇보다 원화 강세다. 지난달 환율은 달러당 1,264.66원을 기록, 1년 전보다 200원 넘게 내렸다. 1인당 1천달러짜리 여행 코스를 이용한다고 하면, 20만원 넘게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경제심리가 호전되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특히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오른 데 따른 심리적 효과가 해외 씀씀이를 늘릴 만한 여유를 갖게 해 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기에 맹위를 떨치던 신종플루가 잠잠해지는 모습을 보이자 그동안 때를 기다리고 있던 대기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는 현상을 빚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금융위기와 신종플루로 억눌려 있던 수요가 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심이 줄어든 지난달 중순부터 해외 여행객이 부쩍 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강록희 애널리스트는 "보통 여행을 가기 힘든 여건이 되더라도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시기만 늦춰지는데, 외환위기 때는 16개월이었고 사스(SARS) 유행 때는 4개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20개월가량 늦춰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폭발적인 증가세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여행이 증가하는 이면에는 국내 소비의 상대적인 위축과 경상수지 악화라는 부작용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환율 하락으로 상대적인 구매력이 커진 탓에 해외 소비가 늘고 있지만 이는 고질적인 서비스수지 적자를 다시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 정영택 국민소득팀장은 "국내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여 소비 수요를 일부분 국내로 돌리고 일자리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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