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약국(40)
겨울 裸木에 대한 斷想
옛날 어느 나라에 신기한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 신기한 나무에는 황금빛 열매가 항상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신비로운 것은 열매의 절반은 사람을 죽게 하는 독으로 가득했고 절반은 생명을 살리는 열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에 기근(饑饉)이 들었습니다. 나라 안의 모든 식물이 말라 죽었고 먹을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황금열매가 달리는 나무만은 여전히 황금 열매가 주렁주렁했습니다. 너무 굶주린 사람들이 모두 나무 밑으로 몰려왔지만 아무도 열매를 손에 대지 못했습니다. 어느 게 죽음의 열매이고 어느 게 생명의 열매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굶어 죽기 직전의 아들을 둔 아버지가 오른쪽 나뭇가지 밑으로 가서 열매를 땄습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열매를 베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죽지 않았습니다. 사람들도 오른쪽 나뭇가지의 열매를 따 먹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따 먹는 즉시 그 자리에 열매가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항상 위험한 왼쪽 가지를 잘라 내자고 말입니다. 그러면 안심하고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톱을 가져다가 황금열매 나무의 왼쪽 가지를 몽땅 잘라냈습니다. 그런데요, 그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오른쪽 가지의 생명 열매가 모두 땅에 떨어져 썩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황금 열매나무는 한 번도 열매를 내지 않았습니다(나무 명상.고진하.148쪽).
셀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시죠? 나무는 아이에게 놀이터나 휴식처가 됩니다. 아이가 자라면 나무는 과일을 줍니다. 또 나중에는 집이나 배를 만드는 목재가 됩니다. 잘려 나간 뒤엔 소박한 그루터기가 되어 힘없고 병든 사람들에게 쉼터가 됩니다. 그렇게 200년 쯤 살다가 썩어지면서 다시 나무는 200년 동안 자신을 상속합니다. 껍질은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 딱정벌레에게 음식이 되어 줍니다. 우두동 화목원에 가면 장수풍뎅이를 기르는데 거기 보면 나무의 껍질을 먹이로 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작은 구멍은 벌레집이 되고 딱따구리들에겐 좋은 사냥터가 됩니다. 나무의 상처에서 나오는 수액은 벌, 개미, 나비, 나방에게 좋은 음료수가 됩니다. 이렇게 숲 생물종의 30%가 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이어 주는 것을 ‘상속相續’이라고 합니다. 본래 이것이 상속의 바른 뜻입니다. 서로를 이어서 생명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나무는 이렇게 전체의 생명 유지를 위해 상속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왼쪽을 베어 버리고 오른쪽만을 독점합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상속은 ‘이어 주는 게’ 아니라 ‘나만 갖는 것’입니다.
눈 덮인 겨울 나목(裸木)을 몇 날 며칠 보고 있자니 저절로 경외가 일어납니다. 깊은 겨울은 의식의 사다리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위에 것을 찾으라”(골 3:1)했던가?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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