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닦아 줄 손길이 시급하다”… 조현삼 목사의 아이티 구호 현지 르포
손바닥만한 좌판 생겨 “다시 시작” 기운도, 휑한 주민들 두려워 울고 굶주림에 울고
아이티는 지금 울고 있다. 두려워서 울고, 아파서 울고, 배가 고파 울고, 목이 말라 울고 있다. 울면 소리가 난다.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아이티 하늘을 울릴 것 같지만 아이티에서 통곡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울고 있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이티로 가는 길은 멀었다. 서울에서 뉴욕, 도미니카공화국을 거쳐 육로로 가야 했다. ‘위험한 길’이었기에 더욱 멀게 느껴졌다. 지난 12일 오후 5시(현지시간). ‘아이티에 규모 7.3의 지진으로 10만명 사망’이란 뉴스를 접하고 바로 그날 저녁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서울을 떠난 지 사흘 만에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의 국경을 밤에 넘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아이티는 깜깜했다. 길을 따라 사람들이 무작정 걷고 있었다.
국경에서 1시간쯤 달리자 수도 포르토프랭스가 나타났다. 지진의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두운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있었다. 두려웠다. 우리는 최종 목적지를 자유무역지대인 소나피공단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교민의 공장으로 정했다. 몇 나라에서 온 NGO들이 그 공단 안에 캠프를 설치하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두려운 마음은 긍휼의 마음으로 바뀌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다음날 아침 6시에 지진현장을 차를 타고 둘러보았다. 델마와 부동, 표총빌, 다운타운이라고 일반적으로 불리는 라빌 등 지진피해가 심한 주요 네 지역을 돌아보았다. 빈민가로 불리는 시티 솔레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거리에 사람들은 많았다. 대부분 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굴에 ‘두려움’이라는 글씨가 씌어있는 것 같았다. 지진 피해를 당한 아이티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도 마당이나 길에서 자고 있다. 여진의 공포는 여전하다. 땅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내로 들어서자 강진의 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큰길가의 시신들은 대부분 치워졌지만 안쪽 길로 들어서자 여기저기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 천에 싸인 시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었다. 그 앞을 사람들이 코를 막고 지나가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시신이 부패되면서 나는 악취를 막지는 못했다. 중장비가 길가의 시신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사람의 시신이 쓰레기와 같이 처리되는 기가 막힌 일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시내에 있는 공동묘지 화장장에서는 하루 종일 검은 연기가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
지난 10여년 동안 크고 작은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했지만 재난 발생 수일이 지난 후에도 도심 한가운데 시신들이 널려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격적이었다.
무너진 건물 속에는 아직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명구조작업은 몇 곳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어렵게 구조된 사람들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병원도 많이 무너졌다. 어느 병원에 가도 환자들이 넘쳐난다. 병원마다 약과 의료용품이 동이 났다. 팔이나 다리가 골절되었는데 깁스를 할 재료가 없어 종이 상자나 막대기를 대고 끈으로 묶어준 경우가 허다하다. 품위 있는 치료는 꿈 같은 이야기다.
재난 발생 5일이 접어들면서 통신이 조금씩 복구되고 있다. 로밍을 해 온 전화는 여전히 불통이지만 현지 이동전화는 제한적이나마 사용 가능하다. 전기는 여전히 들어오지 않고 있다. 발전기가 설치된 집에서는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물을 구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영업을 시작한 주유소 앞에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현재 아이티의 치안상태는 시계제로의 상태다. 폭동이나 약탈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역마다 온도차이는 있다. 구호활동을 위해 호위를 요청할 경우 유엔군이나 경찰이 가능하면 들어 주고 있다. 우리 팀도 오늘은 현지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구호활동을 했다.
오후에 다시 찾은 지진 피해지역에 장이 섰다. 손바닥만한 좌판에 쌓인 물건들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거기서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다시 시작하겠다”는 사람들의 외침소리를 거기서 들었다. 호객하는 소리가 “우리 함께 다시 살아보자”는 함성으로 들렸다.
아이티는 일어나야 한다. 유난히 아픔과 상처가 많은 나라, 아이티가 울고 있다. 손수건 하나 마련해서 아이티의 눈물을 닦아 주자.
조현삼 목사 (한국기독교연합 봉사단 단장)
●르포 전문은 국민일보 미션라이프(www.kukinews.com/mission2/)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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