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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백승현] 국가적 차원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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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라 안을 분란 속에 몰아넣고 있는 세종시 문제는 언론보도 내용만 보면 마치 원안 고수냐 수정안 채택이냐가 핵심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다. 세종시 문제는 수도 이전안이 2004년 10월 헌재에서 위헌 판결된 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행정부처 일부 이전을 포함한 수도 행정기능 분할법안을 내놓았을 때 박근혜 전 대표가 이끌던 한나라당이 이에 동의해 국회를 통과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세종시 문제의 핵심은 보편적 역사적 차원의 국가이익 관점에서 볼 때 과연 수도 분할이 많은 국가적 역사적 과제들 중 우선적으로 중차대한 과제인가 하는 데 있다.

세종시 출발부터 잘못됐다

2002년 9월 당시 16대 대선 민주당 경선후보였던 노무현 후보가 내놓은 행정수도 이전안은 과연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우국충정의 결단으로 내놓은 방안인지 의심스런 대목이 적지 않다. 대선 승패를 가를 제3지역인 충청권 표를 노리고 던진 정략적 당파적 차원의 승부수였음이 틀림없다. 결국 충청권에서 득표 1위를 차지해 대선에서 승리한 후 “이 주제로 재미 좀 봤다”고 한 노 대통령의 고백은 수도 이전안이 표를 의식하고 내놓은 사술적(詐術的) 책략이었음을 반증한다.

수도 이전안이 위헌 판결된 후 노무현 정부가 수도 이전을 끝난 문제로 여기던 국민들의 의표(意表)를 찌른 채 수도 분할안을 내놓은 것 역시 차후 선거에서 충청권 표를 얻기 위한 사술적 책략이었음이 분명하다. 국가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선택 결정하기보다 눈앞에 닥친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수도 분할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선택도 노 전 대통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두 차례 정권을 차지한 여당이었다가 정권을 내어놓고 소수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나, 충청권 정서에 의지해 지역정당으로 출범한 자유선진당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원안고수를 부르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영호남 지역대결 구도의 정치현실 속에 소외당하는 느낌을 갖고 있던 충청인들 정서를 수도이전이니 수도분할이니 하며 한껏 부추겨 놓은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또 당하나?’ 하는 생각을 갖는 충청인들이 정부 수정안에 반대하며 투쟁의지를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교계 지도자 성명 되새겨야

그러나 정파이익보다 국가이익을 우선 고려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수도 분할법안이 제기됐을 때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의견을 묻는 선택을 했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어쩔 수 없이 당략적 차원에서 선택했던 수도분할 지지결정을 ‘원칙’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물론 그런 선택이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뚫고 한나라당의 존립을 지켜낸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두 번의 대선에서 패한 후보로 수도 이전에 반대했던 이회창씨가 자유선진당 총재인 지금엔 수도 분할 원안고수 입장을 외치는 것을 보면, 원안고수 입장에 개인적 정파적 차원을 뛰어넘는 ‘원칙’은 담겨있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더 높이 비상할 지도자는 자신의 ‘원칙’이 자신만의 것으로 그치지 않고 국민적 국가적 차원의 ‘원칙’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변환시키는 데 관심 기울여야 한다.

최근 기독교계의 원로 지도자 21인이 세종시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호소하는 시국성명을 발표하였다. 그 문맥에서 국가적 충정으로 세종시 문제를 바라보는 바른 원칙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다. 진정 지키고 따라야 할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과연 충청지역뿐 아니라 국가발전에 도움 되는 일이 무엇인지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따져봄으로써 갈등과 혼란을 수습하고 하루속히 국민통합과 경제회복, 통일한국의 미래의 길로 나아가는 일일 것이다.

백승현(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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