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역사 바로세우자-(6) 성경 번역·배포] 한글을 ‘배우기 쉽고 요긴한 언어’로 정착 시켜
개화기, 세계 지리 교과서로 널리 읽힌 ‘사민필지(士民必知)’의 저자 헐버트는 당시 한국인의 문자생활을 이렇게 적었다. “대한(大韓) 언문은 본국 글자일 뿐더러 선비와 백성과 남녀가 널리 보고 알기 쉬우니, 슬프다 대한 언문이 중국 글자에 비교하여 크게 요긴하건만, 사람들이 긴할 줄로 알지 아니하고 도리어 없수이 여기니, 어찌 애석지 아니하리요.”
한글은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이래 수백년 동안 경서와 불경, 시조, 가사, 소설 등에 한시적으로 사용되었다. 이런 언어생활에 변화가 일어나게 한 것은 1894년 갑오경장이다. 당시 개혁정부는 공문서를 작성할 때 ‘한글로 본을 삼고, 한문으로 번역하여 덧붙이거나 국한문을 섞어 쓸 수 있게’ 하여 한글을 국문의 위치로 올려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문자생활에서는 많은 경우 한글보다 한문과 국한문이 우선시되었다.
한글이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 헐버트와 같이 한글이 요긴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선교사들과 소수의 한국 지식인들이 있었다. 천주교는 17세기 초, 중국의 한문 서적을 통해 우리나라에 알려지고 1784년부터는 신앙으로 자리잡아 교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초기 천주교는 소수의 양반과 중인들의 신앙이었으나 점차 평민들에게 퍼져 나갔다. 당시에 천주교는 금지된 종교로 천주교를 전파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는 문어인 한문이나 한글이었다.
초기 천주교는 한문 서적을 통해 전파되었지만 천주교회 설립 직후 한문을 읽을 수 없는 부녀자와 평민의 수가 증가하면서 교리서, 기도서 등이 한글로 번역되고 함께 교리서도 한글로 저술되었다. 처음에 한글 서적은 필사본으로 몇몇이 돌려보았으나, 수요가 증가하자 목판으로 다량 간행되었다. 그러나 간행된 서적은 정부의 심한 박해로 상당수가 압수되거나 감추어져 널리 유포될 수 없었다. 이후 천주교의 문서선교는 1880년대 한불조약 체결 후 전도의 자유가 주어지고, 근대 인쇄시설이 갖추어진 출판사가 설립되면서 다시 활기를 띠게 된다.
천주교보다 100년 늦게 이 땅에 들어온 기독교는 천주교와 달리 성경을 통해 소개되었다. 서구 선교사들이 입국하기 전 만주의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 선교사 로스와 매킨타이어는 서북지역 청년들의 도움을 받아 성경을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언어’인 한글로 번역하였다. 로스 일행이 번역한 성경은 1881년 말부터 출간되어 한국인 권서나 전도인, 혹은 상인들에 의해 국내로 반입돼 배포되었다. 일본에서는 한국인 기독교 신자 이수정이 재일 선교사의 요청과 전도 열정으로 마가복음을 번역하기도 하였다.
문서를 통한 선교는 1885년부터 입국하기 시작한 기독교 선교사들의 중요한 사역이기도 했다. 재한 선교사들은 교파 연합으로 기존 로스와 이수정의 번역본을 능가하는 한글 성경을 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들은 조선성교서회와 선교부 출판사를 세우고, 교리서와 전도용 책자를 번역하고, 예배에 사용될 한글 찬송가를 편집해 출판하였다. 또 1893년 모든 기독교 문서에 한글을 사용하는 원칙을 채택하고, ‘조션크리스도인회보’ ‘그리스도신문’ 등 한글 신문을 발간했다.
한글은 수백년 전 우리 민족의 고유한 말을 적기 위해 문자로 태어났지만, 한문을 참 문자로 믿은 세대에 의해 언문, 즉 상스러운 말로 천대받았다. 그러나 1880년대 이후 우리 사회가 개화되는 과정에서 한글은 본래의 위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특히 한글을 문서선교의 정책으로 채택한 기독교는 한글을 배우기 쉽고 요긴한 일상생활의 언어가 되게 하는 데 한몫했다.
1909년 북장로교 선교사 게일은 한글과 기독교의 운명적 만남을 이렇게 썼다.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간소한 글자이다. 그것은 허구한 세월을 먼지에 뒤덮여 사람 눈에 띄지 않은 채 무언가를 기다리며 지내왔다. 그것은 배우기가 너무 쉬워 결코 쓰여지지 않았고 멸시당했다.… 그것은 오랜 동안 기다리다 놀라운 섭리에 의해 신약성서와 그 외 기독교 문서를 받아 쓰여지게 되었다.”
백종구 서울기독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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