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가운 벗고 극장장 변신 최성준 아트원 대표
“모두가 행복해지는 무대 만들고 싶죠”
최성준(45) 아트원씨어터 대표는 불과 3년전 까지만 해도 하얀 가운을 입던 의사였다. 1984년 서울대 의대에 들어간 그는 원자력병원을 거쳐 2002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했다. 혈액종양내과에서 암환자와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활동했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행했다.
최근 서울 동숭동 아트원씨어터에서 만난 최 대표는 “부모님이 원하셔서 의대에 들어갔지만 경쟁도 워낙 심하고 잘 맞지 않았다”며 “학교를 수차례 그만 두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어머니가 간곡하게 말리셔서 그럴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나이가 드니 새로 대학을 가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졸업은 하자고 생각했고, 그러다 결혼을 했고, 가족이 생기니 일을 해야겠더라고요. 그래도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서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보람 있었지만 치료되는 환자보다 생을 달리하는 환자가 더 많은 게 현실이었다. 그가 입은 하얀 가운은 점점 철갑옷처럼 그의 어깨를 무겁게 눌렀다. 밝았던 최 대표의 성격은 하루도 시원하게 웃는 날이 없을 정도로 우울해졌다.
2005년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게 되면서 그는 의사의 길을 접기로 결심한다. “시애틀은 우기가 되면 매일 비가 와요. 그런데 제가 간 기간에는 35일 동안 연속으로 비가 왔어요. 항상 긴장상태에 있던 것이 풀어지고 날씨까지 그러니까 오히려 우울증이 심하게 오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온 그는 2007년 봄 사직서를 내고 의사로서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막상 그만두고 나니 뭘 할 지 고민이었다. 고등학교 때 본 연극 ‘아일랜드’가 떠올랐다. “암전된 상태에서 두 배우가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직도 그 소리가 귓가에 들려요. 대사도 나오기 전이었는데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생각해보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공연을 볼 때 행복했다. 마침 대학로에 어머니가 예전에 사놓은 180평의 땅이 있었다. “여기에 공연장을 지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최 대표의 마음이 꿈틀거렸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아트원씨어터는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에 3개의 공연장(1관 393석, 2관 293석, 3관 211석)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 곳곳에는 최 대표의 땀과 열정이 묻어있다. 설계를 공부하려고 책을 20권도 넘게 사서 읽었고, 100여곳이 넘는 대학로 극장을 일일이 돌아다니면 음향과 좌석 등 시설을 꼼꼼히 살폈다. 그는 “줄자로 극장 의자 치수를 재니까 관계자가 와서 ‘뭐하는 사람이냐’고 이상하게 쳐다보기도 했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그는 요즘 행복하다. 건축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많이 빠졌고, 건축비용으로 35억원을 대출받아 갚아나갈 길이 막막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만난 좋은 사람들도 그에게 큰 힘이다. 무작정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흔쾌히 도와준 이다엔터테인먼트 손상원 대표는 아트원씨어터 2, 3관을 임대 운영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1관은 최 대표가 직접 운영한다.
최 대표는 개관작으로 뮤지컬 ‘아이 러브 유’를 골랐다. 극장을 돌아보던 때에 세 번을 보면서 점점 빠져들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가벼운 코미디 같지만 여운을 많이 주는 작품이었어요. 대학로로 오면서 에피소드가 하나 줄어 아쉽기는 하지만 젊은 층이 보기에는 더 좋아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최 대표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극장을 꿈꾸고 있다. 그는 “관객은 물론이고 배우, 제작자 모두 아트원씨어터를 다녀가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가지면 좋겠어요. 이곳에서는 주로 밝고 행복한 기분을 주는 작품을 올릴 계획입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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