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의장국 국운 가른다-(9·끝) 전문가 대담] “선진·개도국 중재 역할… 한국외교 새 지평 열린다”

Է:2010-01-1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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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의장국 국운 가른다-(9·끝) 전문가 대담] “선진·개도국 중재 역할… 한국외교 새 지평 열린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세계 정치·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질서체제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부상과 함께 수평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한복판에 G20 의장국인 한국이 있다. 우리 정부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한국형 의제인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로 국제사회의 여론을 선도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국민일보는 지난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정진영 부국장 사회로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급)과 김기정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을 만나 G20 의미와 역할, 과제에 대한 긴급 대담을 진행했다.

<사회=정진영 부국장>

G20 의장국 역할의 의미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쉽게 보면 글로벌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고, 받아쓰는 위치에서 이끌어가는 자리로 격상된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국력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라가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시대에서 다극체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김기정 동서문제연구원장=세계질서의 중심축이던 G8이 G20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국제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위국, 개발도상국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국가들이 의사결정구조에 포함됐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에 의견을 조율하고 경우에 따라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국제정치적 기능이 한국에 주어졌다. 한국외교에 있어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자 새로운 도전이라고 여겨진다.

G20 정상회의 유치 전후

△신=G20이 정상회의로 격상되기 이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참석하는 데 의미를 둔 적도 있었다. 의제도 주요국이 만든 것을 받아보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 국제회의에 나가보면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이 의제 선정에 앞서 우리에게 어떤 것이 좋은지 물어오기도 하고, 지지 발언을 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다른 국제기구 총회에서도 변화는 피부로 느껴진다. 우리나라 관료에 대한 면담 요청도 이어져 스케줄이 빡빡해진 것도 큰 변화다. 올해는 특히 의장국이니 (약속 만들기가) 더 심해질 것이다.(웃음)

△김=세계가 한국의 위치와 경험을 주목하는 이유는 G8 중심의 세계경제 체제가 위기의 진원지였지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는 자성에서 비롯된다. 해결책은 그 체제의 범주 밖에 있는 국가들의 경험, 특히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세계의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계에서도 한국의 경험으로 대변되는 한국학에 대한 관심도가 중국, 일본에 비해선 여전히 뒤처지지만 굉장히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빠르게 성취한 국가라는 한국의 정치·경제적 경험이 한국학 연구의 중심이다.

한국에 맡겨진 책무

△신=미국 주도의 G8과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들 양쪽 모두 한국에 대한 기대가 많다. G8 입장에선 신흥국가들을 기존 국제질서에 편입시킬 수 있기를 바랄 것이고, 브릭스 등 신흥국은 G8을 대체할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데 한국이 주도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만큼 책무 자체는 겹친다. 양측 간 교량적인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셈이다. 국제무역 불균형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에 대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 엄청난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조정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가 한국이 맡은 책무의 핵심이다.

△김=이번 G20 회의가 NATO(No Action, Talk Only)식 말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 G20은 한국사회에서 시대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국민 인식의 변화이자 이를 계기로 우리 젊은 세대에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다. G20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가 한국으로부터 제안되고, G20 거버넌스(Governance·지배체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실천력이 수반돼 한국 외교의 미래비전적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거버넌스의 규모가 G20에서 G8, G2로 작아질수록 우리가 낄 틈이 없는 건 당연한 이치다.

논의될 의제들

△신=올림픽, 월드컵,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등이 ‘하드웨어’적인 행사였다면 G20은 거의 100% 소프트웨어적인 행사다. 전 세계 고급 인재와 고급 의사결정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 못지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의제 선정부터 각국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경제이슈에 대해 묘안을 짜내고, 복잡다단한 이해관계에 대한 조정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G20 의장국은 트로이카(한국·영국·브라질)로 3개국이고, 과도기적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한국이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를 맡고 있다. 우리가 각국의 의견을 물어 의제를 설정하게 되는데 워싱턴, 런던,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계속과제(Legacy Issues) 외에 오는 6월 캐나다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부분이 있다. 한국이 제시할 새로운 이슈로는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준비 중이다. 첫 번째 워싱턴 회의에선 금융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화두였고, 두 번째 런던에서는 금융위기가 경제위기로 옮겨 붙으니 20개국 간에 거시경제 공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다음 피츠버그에선 경기회복 조짐과 함께 출구전략과 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뭘 먹고 살 것인지를 논의했다. 장단기 대응방안에 대해선 오는 6월 캐나다에서 얘기하자고 했다. 오는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앞으로의 세계경제 모델, 세계경제 성장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위기를 통해 드러난 문제 가운데 하나인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문제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 대한 개발 이슈 등을 준비 중이다.

△김=서울 회의는 리트머스 테스트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지구 전체의 경제시스템이 앞으로 어떻게 생존할 것이냐, 어떻게 발전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새로운 의사결정 구조가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지구경제 자체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산업화 이후 어떠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인가를 두고 G20이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19세기 초 이후 산업화 발전모델은 선진·중진·후진국의 수직적 3층 분업구조인 안행형(雁行型·Flying Geese Model) 모델이었다. 그러나 이 구조 자체가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산업화시대의 거의 끄트머리쯤에 우리가 와 있는 셈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선도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이슈가 녹색성장이다. 녹색성장은 단순히 산업화적 패러다임에 녹색만 입히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녹색산업을 통한 성장(Growth through Green)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발전모델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3층 분업구조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 각 주체들의 역할

△신=G20 회의는 어떻게 보면 국가 간의 기싸움이다. 사회 각 주체들도 대결의 장에 서게 된다. 관료는 물론 학계도 외국과의 경쟁을 통해 한 단계 레벌 업(수준향상)될 수밖에 없다. 하나의 경쟁논리가 온다고 보면 된다. G20 체제가 아닌 G8에서 우리나라는 철저히 배제됐다. G20의 본격적인 체제로 들어간 2008년 11월 이후 제가 놀란 부분이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 생소한 이슈들이 G8 내부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다뤄졌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는 이제야 거기에 끼어서 서서히 배워가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 정상회의 의장국 책무를 준 것은 G20 나라들 가운데 가장 중간자적 위치에 있다고 각국이 만장일치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접합점을 찾아가야 한다. 한국이 드디어 세계 의사결정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김=우리의 국격을 높이고, 내공을 쌓는 기회가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쟁을 통해서도 배우고 소통을 통해서도 배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를 알게 되는 과정, 다른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통해서도 인식적 내공은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추상적 얘기일 수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G20)를 유치하고 의장국을 맡는 것을 보면서 국익이라는 것을 국격과 더불어 생각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리=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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