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탄생 100주년…굿모닝! 李箱-(상) 날자,한번만 더 날자꾸나] 회한이 묻어있는 지인들에 보낸 편지
“기어코 동경 왔소. 와보니 실망이오. 실로 동경이라는 데는 치사스런 데로구려!”
이상은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김기림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토록 갈망하던 도쿄에 대한 느낌이 실망으로 바뀐 내용의 편지는 외롭고 궁핍하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편지 주기 바라오. 이곳에서 나는 빈궁하고 고독하오. 주소를 알아가지고 편지하느라고 이렇게 늦었소.”
얼마 후 김기림에게 다시 보낸 편지도 비슷한 내용이다. “그러나 저러나 동경 오기는 왔는데 나는 지금 누워 있소 그려. 동경이란 참 치사스러운 도십디다. 예다 대면 경성이란 얼마나 인심 좋고 살기 좋은 한적한 농촌인지 모르겠습디다.”
이상은 어느 날은 하루 내내 방에 갇혀 신문사와 잡지사 그리고 아내 변동림 등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와 원고에 매달렸다. 진정한 공부를 하겠다는 헛된 맹세나 회환이 점철된 편지였다.
한상직에게 보낸 편지는 각혈을 쏟으면서도 새롭게 다짐하는 이상의 각오가 담겨 있다. “형의 ‘명상’을 잘 읽었습니다. 저는 지금 사람 노릇을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당분간 어떤 고난과라도 싸우면서 생각하는 생활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임종 직전의 김유정이 보낸 편지를 역시 임종 직전의 이상이 받았다. “저를 진정으로 사랑하시거든 오늘로라도 돌아와주십시오. 밤에도 자지 않고 저는 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내로부터 받은 편지도 같은 내용이었다. “이 편지 받는 대로 곧 돌아오세요. 서울에서는 따뜻한 방과 당신의 사랑하는 연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내의 간절한 사연은 이상으로 하여금 소설 ‘실화’를 쓰게 했다. “12월 23일 아침 나는 진보초 누실 속에서 공복으로 하여 발열하였다. 발열로 하여 기침하면서 두 벌의 편지를 받았다…사람이 비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참 재산 없는 것보다도 더 가난하외다 그려! 나를 좀 보시지요?”
아내에게서 동생 운경이 이왕직 사무실에 취직했다는 소식의 편지를 받은 이상은 37년 2월 8일자로 동생에게 답장을 썼다. 고국에 보낸 이상의 마지막 편지다. “인자의 도리를 못 밟는 이 형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가정보다도 하여야 할 일이 있다. 아무쪼록 늙으신 어머님 아버님을 너의 정성으로 위로하여 드려라.” 이상은 닷새 후 거리의 피의자로 검거되고 말았다.
이광형 선임기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