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해 퇴직자의 8할이 40대 이하라니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맏형격인 1955년생이 올해로 만 55세를 맞는다. 총 712만명에 이르는 이들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들의 은퇴 이후는 가시밭길이나 다를 바 없다. 이들 가운데 둘 중 한 사람은 국민연금 등 그 어떤 공적 연금에도 가입해 있지 않다. 준비 없이 퇴직을 맞는 이들은 은퇴 후 신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경우도 사정은 썩 좋지 않다. 연금 급여 수준이 은퇴 전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데다 그나마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1955년생의 경우 61세, 1963년생은 63세부터다. 은퇴 후 6∼8년을 더 기다려야 연금 소득자가 된다. 그때까지 이들의 생계는 어찌 할 것인가.

베이비붐 세대가 국민연금에조차 가입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구조조정에 따른 조기 퇴직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하는 경우는 그해 퇴직자의 0.3%에 지나지 않았다. 30대, 40대 퇴직자는 각각 전체의 32.9%, 21.5%로 나타났으며 30대 미만 퇴직자도 25.1%나 됐다.

40대 이하 퇴직자가 많은 것은 구조조정에 따른 조기 퇴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흔들리면서 나타난 잦은 직장 이동의 결과일 수 있다. 자기계발이 활발한 가운데 적극적인 구인·구직 활동을 통해 이직이 이뤄진다면 탓할 바도 아니다. 선진국 노동시장이 그런 모습다.

하지만 우리 노동시장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단히 경직돼 있어 손쉽게 직장을 옮길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 따라서 40대 이하 퇴직자가 많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역동성이 고조된 결과는 아닌 셈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장에서 밀려나는 40대 이하 세대에 대한 해법이 절실하다.

조기 퇴직자들에 대한 자기계발·교육 및 취업 알선, 창업 유도 등 치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 절반이 국민연금에조차 가입하지 못할 정도로 준비 없는 은퇴를 맞는 사태는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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