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사풍향계

[시사풍향계-김열수] 잊힌 영웅을 조국의 품으로

[시사풍향계-김열수] 잊힌 영웅을 조국의 품으로 기사의 사진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6·25 발발 60주년을 맞아 북한과 대화를 통해 북한에 묻혀 있는 국군 용사 유해 발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군을 비롯한 16개국 참전용사들 유해 발굴도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 및 참전국 용사들의 영혼과 육신을 조국의 품으로 데려오고 또 참전국의 조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최고 통수권자의 의지 표명은 유가족과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참전국 국민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北, 공동발굴 약속 안 지켜

사실 북한 지역에서 전사자 유해 발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은 1996년부터 10년간 함경도와 평안도 일대에서 225구의 미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미국은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라는 슬로건 아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사령부(JPAC)’라는 실종자 유해 발굴 특수부대를 운용하며 미국이 참전한 모든 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JPAC는 한 사람의 병사도 적진에 남겨두지 않고 그들이 조국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지금도 베트남의 오지, 중동의 사막, 유럽을 누비고 있다. 심지어 한국전쟁 중 한강에 추락해 실종된 미군 조종사 한 명의 유해를 찾기 위해 1개월 동안 초음파탐지기·수중음파탐지기와 수중다이버 등을 동원, 한강을 수색하기도 했다.

한국 국방부도 ‘유해발굴감식단’을 2000년에 창설,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진행했다. 2009년까지 발굴된 국군 유해 3000여구가 국립묘지에 안장되거나 유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유엔군 유해 13구도 그들의 조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비무장지대(DMZ)나 북한 지역에 묻혀 있는 국군 및 참전국 용사 유해는 발굴하지 못했다. 2007년 11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6·25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으나 북한의 비협조로 유해 발굴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국군 전사자 중 3만9000여명은 북한에, 그리고 1만3000여명은 DMZ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군을 포함한 상당한 수의 참전국 용사 유해도 북한 지역 및 DMZ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협조 여부에 따라 이들 지역에 묻혀 있는 유해 발굴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전사자 유해 발굴 및 송환은 ‘나라를 위해 희생된 분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국가 무한책임 의지를 실현하는 길이다. 또한 참전국 용사들의 유해를 발굴해 그들의 조국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도움을 받은 한국의 의무이기도 하다.

북한의 신년사나 대통령의 신년사로 미뤄 볼 때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고, 남북 정상이 자리를 마주 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MB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 정책’이 언술의 차원을 넘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 대통령도 이런 가능성을 보고 정상회담 의제의 하나로 유해 발굴 문제를 천명했다고 본다. 물론 국군포로나 납북자 송환 문제도 유해 발굴 못지않은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유해 송환 희망이 보인다

국군 포로와 납북자가 돌아오고 북한의 산하와 DMZ에 묻혀 있는 국군 및 참전국 용사들 유해가 발굴돼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면 남북관계도 해빙 무드를 타게 될 것이다. 이미 발굴돼 ‘적군’ 묘지에 묻혀 있는 500구 가까운 북한군 유해도 송환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DMZ의 평화지대화는 가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고 남북 관계도 평화 체제를 향해 큰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6·25 참전국과의 관계 또한 더 공고해질 것이다. DMZ와 동토 속에 묻힌 전사자의 영혼과 육신 송환은 잊힌 ‘영웅들의 귀환’이 될 것이다. 영웅들을 환영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김열수 (국방대 교수·군사전략학)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