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속 지원센터 사회복지사 마명철씨의 하루… “동사 노숙인 생길라” 밤새 순찰

Է:2010-01-10 18:37
ϱ
ũ
칼바람 속 지원센터 사회복지사 마명철씨의 하루… “동사 노숙인 생길라” 밤새 순찰

10일 새벽 1시 인적이 끊긴 서울역 인근 서소문공원. 노란색 점퍼를 걸친 청년 1명이 들어왔다. 생필품을 담은 두툼한 비닐봉지를 들고 익숙한 듯 잰걸음으로 동쪽 소나무 숲을 향했다. 그곳에는 비닐덮개와 종이박스로 만든 길이 2m, 너비·높이 1m 간이 천막이 20㎝ 넘게 쌓인 눈 위로 위태롭게 서 있었다.

“아저씨, 주무세요? 깔판 가져왔어요.” “시끄러워, 거기 놓고 나가.” 쏘아붙인 목소리에 힘이 없다.

자주 있는 일인 양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청년은 스티로폼 깔판을 천막에 밀어 넣고 발걸음을 옮겼다. 1시간 넘게 같은 일이 몇 차례 반복됐다. 오랜 노숙생활로 체력이 약한 특별관리 대상자를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그는 전했다.

사상 최악의 폭설과 한파가 몰아친 서울 밤거리를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현장팀의 마명철(33) 사회복지사는 묵묵히 돌아다녔다. 마씨는 노숙인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긴급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설득해 시설에 입소시키는 일을 맡고 있다.

그의 일터는 ‘대한민국 노숙 1번지’ 서울역이다. 서울역과 남산공원, 숭례문 지하도, 서소문공원, 염천교, 회현역 인근 노숙인 180여명을 일일이 찾아가 안부를 묻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파가 조금 수그러든 9일 밤 서울역 대합실에는 노숙인 80여명이 자리잡고 있었다. 중간 중간 설치된 TV 주변에 10여명이 모여앉아 하루를 견뎌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마씨는 주저 없이 농담을 건네며 어울렸다. 대합실 구석구석은 이불, 침낭, 스티로폼 등을 준비한 노숙인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합실 청소가 끝난 새벽 2시부터 아침 청소가 시작되는 오전 5시까지 3시간가량 칼바람을 피해 한뎃잠을 잔다.

“노숙인들은 대부분 사회와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아 경계심이 강합니다. 가까이 다가가려면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죠.”

서울역 지하도로 자리를 옮기자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통로 입구와 출구가 뚫려 있어 바람이 곧장 들이쳤다. 30여명의 노숙인은 박스와 담요만으로 한기를 견뎌내고 있었다.

10년 넘게 노숙생활을 했다는 김모(71)씨는 오후 동안 잡일로 젖은 신발과 양발을 말리기 위해 맨발로 앉아 있었다. 마씨는 “안색이 더 안 좋아졌어요. 치료 한 번 받으러 오세요”라고 정겹게 말을 걸었다.

새벽 2시30분이 돼서야 겨우 짬이 생겼다. 마씨는 전날 오후 7시30분부터 거리 상담활동을 하느라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독한 감기까지 앓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 평온한 겁니다. 폭설과 강추위가 몰아친 4일과 5일에는 밤새 비상 상황이 계속됐어요. 체온이 떨어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사람, 추위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시다 길거리에 잠자는 사람 등 응급 환자들이 수시로 발생했어요. 그런 날은 들쳐 업고 긴급보호센터와 인근 상담소에 데려다 줍니다. 동사하는 사람이 없나 순찰도 쉴 새 없이 다녀야 하고요.”

새벽 3시. 마씨는 다시 거리로 나갔다. 노숙생활을 청산한 자활 근로자와 함께 노숙인에게 차와 뜨거운 물을 나눠주기 위해서다. 마씨는 “사회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어두운 서울역 광장으로 향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