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금리는 금통위원들이 결정”
기획재정부 차관이 11년 만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8일, 한은에는 오전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전 8시45분 허경욱 재정부 제1차관을 태운 승용차가 한은으로 들어서자 ‘관치금융 철폐’ 등의 피켓을 든 20여명의 한은 직원들이 시위를 벌였다. 15층 금통위 회의실 앞에서도 침묵시위가 이어졌다.
9시5분쯤 시작된 금통위 회의는 예전과 다름없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허 차관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하는 이성태 한은 총재의 지목에 따라 발언권을 행사했다. 그는 경기와 물가 상황, 금융시장 리스크 요인 등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간략히 설명했다. 하지만 ‘출구전략’이나 ‘기준금리’ 등의 단어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마무리될 무렵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에 대한 의사를 표명할 때도 허 차관은 자리를 지켰다. 토론은 물론 금통위원들의 의결권 행사까지 지켜본 셈.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 회의에서 관례적으로 의결권이 없는 열석자들도 회의 끝까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관료들이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는 주요국 가운데 일본의 경우 관료들이 금통위원의 의결권 행사 때 퇴장하는 반면 영국은 그대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0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로 11개월 연속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 총재에게 재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는 금통위원들이 결정한다고 밝혀 독립성이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결과를 보고 판단하면 된다”며 “말로 아무리 영향을 받는다, 안받는다 해도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앞으로 금통위의 독립성은 금통위원들의 ‘행동’에 달려있다는 의미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1분기 내에 기준금리 인상은 물 건너갔다는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삼성증권 최석권 애널리스트는 “재정부 차관의 열석발언권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향후 통화긴축에 대한 시사도 없는 등 한은의 정책금리 인상의지가 약화됐다”며 “상반기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채권애널리스트는 “대통령까지 나서 상반기 출구전략 시행은 시기상조라고 하는 만큼 기준금리는 미국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해소되는 2분기 후반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비정상적인 수단의 동원 등으로 향후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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