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미행-망명자 정추’ 1월12일 방영… 조국을 떠나야만 했던 천재 작곡가의 슬픈 삶
2009년 3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정추 탄생 기념 음악회’. 통일된 조국을 염원하는 ‘내 조국’이 울려 퍼지자 작곡가 정추(87·사진)는 자신을 버린 조국을 생각하며 회한에 잠겼다. 그는 남쪽도 북쪽도 모두 자신을 버렸지만 한시도 조국에 대한 짝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EBS는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다큐프라임’ ‘미행(未行) 망명자 정추’를 12일 오후 9시 50분 방송한다.
우리에게 덜 알려진 그는 민족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직계 4대 제자로 카자흐스탄에서는 유명인사다. 1961년 가가린의 첫 우주선발사현장에서는 정추의 곡이 연주될 정도였다. 카자흐스탄 음악교과서에는 그의 곡이 무려 60곡이나 실렸고 피아노 교과서에는 20여 곡이 올라있다.
천재작곡가가 정작 그의 조국 한국에서 덜 알려진 사실은 조국에서 외면당한 슬픈 인생을 보여준다. 전남 광주 출생인 그는 1941년 광주고보를 다니던 중 창씨개명과 조선어 사용 문제로 일본인 교관과 싸우다 퇴학을 당한다. 그토록 증오하던 친일파가 득세하는 현실을 견딜 수 없어 1946년 북한 평양으로 넘어간다. 북한에서 작곡 능력을 인정받아 유학생으로 선발된 그는 소련으로 유학을 가면서 소련에도 음악적 재능을 알리게 된다. 남에서 북으로 다시 소련으로 간 그지만 결코 조국을 잊지 않는다.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대를 졸업할 때 만든 작품은 ‘조국 교향곡’. 지도 교수였던 하차투리안과 알렉산드로프 박사는 그에게 만점을 줄 정도 작품성을 인정했다. ‘조국 교향곡’은 궁상각치우 5음계만을 사용해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표현한 작품이다. 저항정신도 여전했다. 1958년 김일성의 우상화 작업을 반대하던 그는 북의 귀국 명령에 항거해 17년간 무국적자로 떠돈다. 망명지인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그는 재소한인들이 일하고 있는 농장을 찾아가 그들이 부르는 노동가요 등을 1000여곡이나 채보하며 실향의 아픔을 스스로 달래야 했다. 그는 이를 ‘소련의 고려가요’로 집대성하기에 이른다.
남과 북, 소련, 카자흐스탄을 넘나들며 저항했고, 20대에 떠난 조국을 90세가 가까운 나이에도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적 인생의 주인공. 뜨거운 조국에 대한 사랑은 비극적 인생을 더 안타깝게 하지만 그는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 ‘조국 교향곡’이 연주되길 간절히 바래고 있다.
열정적인 민족주의자의 일생을 새로운 형식과 영상미학으로 호평을 받은 이홍기 감독이 카메라에 담았다. ‘만행’ ‘동행’ ‘공행’ 등에 이어 ‘행(行)’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천재 작곡가의 한을 들려준다. 과거사는 이미지로 재현하고, 감각적인 편집을 더해 가슴 찡한 다큐멘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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