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청 ‘7급의 비리’ 이것이 우연일까… 집단 예산횡령 ‘비리의 재구성’

Է:2010-01-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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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청 ‘7급의 비리’ 이것이 우연일까… 집단 예산횡령 ‘비리의 재구성’

‘충남 홍성군청 공무원들이 2005년부터 2009년 10월까지 5년간 A4용지나 토너 등 소모성 사무용품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해 군 예산 7억여원을 빼돌렸다. 여기에 전체 공무원 677명 중 16%인 108명이 가담했다.’

지난달 21일 대전지검 홍성지청이 발표한 ‘홍성군청 공무원 구조적 예산편취 비리 사건’ 수사 결과 요지다. 100명 넘는 공무원이 비리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비리는 축산과 한 곳을 제외한 군청 모든 부서에서 저질러졌다. 관행적이고 구조적인 범죄다.

실제로 홍성군청 공무원들은 이번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동료 2명을 구명하기 위해 최근 1억원가량을 모금,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조직 전체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홍성군청 사건을 부정한 공무원들이 예산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식의 개인 비리로 정리하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 횡행하는 비리구조의 일단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30일 홍성군을 찾아갔다.

서무비리?

비리에 연루된 108명을 직급별로 분류하면, 90여명이 7급이라는 사실이 발견된다. 홍성군청 7급 공무원은 138명. 7급 10명 중 7명이 비리에 가담한 꼴이다. 이것이 우연일까?

홍성군청 조직은 16개 실·과, 5개 직속기관 사업소(보건소·수도사업소 등), 11개 읍·면 사무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室)이나 과(課) 밑에 계(係)를 둔 곳도 있다. 과나 계는 군청의 가장 일반적인 조직 단위를 이루고, 과·계마다 ‘서무’가 있다. 서무는 과·계의 운영과 회계를 맡는다. 7급이 주로 맡는 자리가 바로 ‘과서무’ ‘계서무’다.

108명은 거의 예외 없이 서무를 맡았던 사람들이다. 이들 서무가 사무기기업체와 짜고 사무용품을 산 것으로 서류를 꾸며 예산을 횡령했다는 게 홍성군청 사건의 전말이다. ‘7급 비리’ ‘서무 비리’로 규정할 수 있다.

홍성군청에서 서무를 맡는 공무원은 30∼40명. 1년에 한 번씩 부서를 옮긴다고 할 경우 5년이면 150∼200명이 서무 자리를 거친다. 물론 몇 년간 계속 서무를 맡는 경우도 있다. 108명이란 숫자는 지난 5년간 홍성군청에서 서무를 맡았던 공무원 대부분이 예산편취 비리를 저질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108명이 횡령한 금액은 균일하지 않다. 검찰은 108명 중 횡령액이 크고 개인적 유용 혐의가 있는 2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4명은 불구속기소, 36명은 약식기소, 1명은 기소중지, 65명은 자체징계 통보로 처리했다. 구속기소된 2명이 5년간 횡령한 돈은 각각 4000만원 안팎이다. 자체징계 통보를 받은 65명의 횡령액은 몇 만원에서 몇 백만원 수준이다.

같은 수법으로 예산을 빼돌리는데 액수가 다른 이유는 뭘까? 서무로 일한 기간이 각기 다르고, 과나 계에 따라 편취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구속기소된 2명 중 1명은 7년간 서무 일만 했고, 다른 1명도 3∼4년간 서무를 맡았다는 게 군청 측 설명이다.

과비·계비라는 비자금

서무들은 횡령한 돈을 어디에 썼을까? 다들 개인적으로 쓰고 만 것일까? 검찰도 사용처를 명확하게 밝혀내진 못했다. 대부분 현금 거래로 이뤄져 사용처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 “혼자 착복하진 않았습니다, 부서 회식비나 경조사비로 썼습니다, 이 정도의 진술을 들었다”는 게 홍성지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희만 홍성군청 감사계장도 “연루자들을 불러 조사해 보면 다들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다. 직원 병문안비나 회식비 등 부서 운영비로 썼다’고 얘기한다”며 “그 업무(서무)를 맡았기 때문에 한 일이라 억울하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군청 측은 이 사건에 연루된 대다수 공무원들은 많아야 몇 백만원의 예산을 빼돌려 부서 운영비로 사용한 것이고, 수천만원을 횡령한 극소수 공무원들이 유흥비 등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외 다른 사용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청 공무원들은 왜 ‘개인 비리’를 저지른 동료를 위해 변호사 선임비용을 모금한 것일까? 또 ‘과장급 2명이 예산을 편취한 부하직원으로부터 매달 50만원씩 받았다’는 홍성지청 수사 발표 내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편취예산 사용처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과비’ ‘계비’에 대한 얘기를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었다. 과나 계마다 운영비 명목으로 쓰는 과비·계비가 존재하고, 이 돈을 조성하는 게 서무의 주요 업무 중 하나라는 것이다.

군청 고위 공무원은 “예산으로 집행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아니냐”며 “예산으로 집행할 수 없는 돈이 들어가는 영역을 찾아서 그 부분을 잘라줘야 비리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예산으로 집행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예산으로 집행할 수 없는 돈이 들어가는 영역’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거기에 쓰는 돈이 과비·계비다.

홍성군청의 과비·계비 실체가 일부 드러난 사건이 지난해 7월에 있었다. 군청 공무원들이 ‘공무원 여비규정’의 최고 한도(월 15일)로 허위 출장서를 만들어 출장비를 횡령한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로 적발됐다. 홍성군청 공무원들은 허위로 타낸 출장비를 과비·계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일부는 간부에게 상납됐다.

출장비 횡령사건은 다수 공무원이 가담한 관행적 비리라는 점에서 사무용품 예산편취 사건과 닮았다. 서류를 가짜로 꾸며 타낸 돈을 과비·계비로 사용한 점, 과비·계비 일부가 간부에게 상납된 점도 동일하다.

“예산으로 집행할 수 없는 부분 있다”

과비·계비 규모와 사용처, 조성 경로 등의 전모는 확인하기 어렵다. 군청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 대체적 윤곽을 그려볼 수 있을 뿐이다.

과비·계비 사용처와 관련, 홍성군청에서 근무했다는 전직 공무원 A씨는 “중앙부처나 도에서 점검이나 실사 나온 사람들 접대비로 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 구속기소된 사람이 룸살롱 등에서 수천만원 썼다고 하는데, 내가 알기론 그 사람 술도 못 먹는다”며 “그 사람이 누구랑 왜 룸살롱에 갔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 간부 B씨는 “이번 사건이 터진 뒤 친한 공무원 몇 명을 만나봤는데, 국비나 도비를 따내기 위해 로비자금으로 썼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B씨는 “지난번 출장비 횡령사건 때도 공무원들은 같은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건설회사에서 10여년간 일했다는 C씨는 과비·계비를 조성하는 주요 출처로 ‘시설부대비’를 지목했다. “부서마다 크고 작은 사업들을 발주하는데, 사업비마다 시설부대비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전체 사업비의 3∼5%가 시설부대비로 책정된다. 주로 공사현장 관리비용으로 쓰는 돈인데, 공무원들이 주로 그걸 빼먹는다. 그래서 발주사업이 많은 토목직에 과비·계비가 많다.”

과비·계비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지역신문 기자 D씨는 “사무기기업체 한 군데에서만 5년간 7억여원을 조성했다”며 “그런데 그 업체만 상대로 했겠는가? 군청과 거래하는 곳이 얼마나 많은가? 딴 곳을 통해서는 과연 자금 조성을 안했겠느냐?”고 되물었다.

비리 또 터지나

지난달 30일 홍성경찰서는 홍성산림조합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24일에는 군청 산림녹지과 압수수색이 있었다. 김영일 홍성경찰서 수사과장은 “군청과 산림조합의 수의계약 건과 관련해 산림녹지과 공무원 비위 제보가 있어 수사 중”이라며 “군청 관련 비리 첩보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군청 안팎에서는 산림녹지과 비리가 터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에서 발주하는 수의계약 공사를 대부분 산림조합이 따내 왔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군청 내 승진과 채용과정에 대해서도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용일 홍성민주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승진과 관련해 ‘계장 3000만원, 과장 7000만원 상납’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고, 군청 고위 공무원 자녀들의 특채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홍성군청은 예산편취 사건이 터진 후 대군민 사과성명서를 발표했고, 지난달 31일에는 자정결의대회를 가졌다. 그러나 군청 비리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도대체 끝은 어디일까.

홍성=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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