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2010 의장국 국운 가른다] G20 인구·경제력, 21C 지구촌 이끌 ‘미니유엔’

(2) 새로운 세계의 중심

Q. 다음 중 가장 중요한 회의는?

① G2(미국 중국)

② G8(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캐나다 러시아)

③ G13(G8+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

④ G20(G13+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유럽연합(EU))

⑤ G77(유엔 회원국 중 77개 개도국)

정답을 ④라고 하면 올해 11월 서울에서 G20 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중요성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 외교문제 기고가인 기드온 라크먼의 말을 들어보면 답은 분명하다.

“G20 정상회의가 2010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로 입지를 점차 굳히게 될 것이다. G20은 미니 유엔으로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0년의 요지(G스팟)를 차지하려는 전투의 승자는 G20이 될 것이다.”

◇왜 G20인가=G2는 중국이 거부한다. 미국과 마주 앉아봐야 아직은 동등한 대화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스스로 아직은 ‘세계 7위’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때 각광받았던 G8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이제 ‘선진’ 8개국이 무얼 결정한다고 해서 세계질서를 재편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결정적으로 중국이 빠져 있다. G13은 아직 G20이 너무 크다는 비판론 때문에 제기된 가상의 개념에 머물러 있다. G77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제위기 통해 확대=G20은 처음 재무장관 회의로 시작했다. 우리에겐 악몽과도 같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계기였다. 그해 열린 G7 재무장관회의에서 긴급한 경제위기에 대처하려면 주요 신흥국도 불러들여야 한다는 필요가 제기됐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각각 10개국씩 균등하게 배분된 모임으로 G20이라는 형태가 선택됐다. 첫 모임은 99년 12월 독일 베를린이었다.

G20은 11년 뒤인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의로 격상됐다. 미국의 경제 문제였다. 그해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보호무역은 안 된다. 한국의 IMF(국제통화기금)위기 극복 경험을 공개하겠다”고 공격적인 제안을 했다. 회담장에서는 이 대통령의 제안이 박수를 받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오히려 다국적 금융기업과 파생상품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공감대였다.

가장 큰 성과는 회담이 열렸다는 것이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한자리에서 적어도 겉으로는 동등한 자격으로 협의했다. 파생금융상품이라는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선진국의 다급한 처지 때문이었다.

2009년 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정상회의는 G20체제가 글로벌 경제문제 해결의 중심 역할을 감당하게 된 자리였다. IMF의 재원을 7500억 달러로 3배 늘리는 등 1조1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부실해진 금융기관들을 정상화하는 방안과 경기부양책도 마련키로 했다.

비판세력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금융기관 폐쇄·재정 축소를 강요했던 선진국들이 자신들에게는 정반대의 처방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바뀐 세계경제 질서는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3차 정상회의 합의문에서 더 확연히 드러났다. 세계경제 정책에 관한 논의와 협력의 주체로서 G20이 G8을 대체한다고 선언했다. 이제 G8은 G20 내부의 주요 회의로서만 존재하게 됐다. 올해 8월 캐나다 헌트빌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G8정상회담이 함께 열린다.

G20의 부상은 지난 30년간 세계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개도국들이 이제 자신들의 비중에 걸맞은 지위를 요구하고 있고, 또 그만한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는 세계질서 재편의 신호다. 한국산업연구원은 G20 관련 보고서에서 “IMF,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이 지탱해온 브레턴우즈 체제가 G20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회담 관전 포인트=올 11월 서울에서 열릴 다섯 번째 G20 정상회의는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의 주도권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각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지난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막판 타결을 주도, 사실상 G2가 세계질서를 이끌고 있음을 과시했다. 유럽연합(EU) 관료들은 G3라는 신(新)삼각체제를 띄우려고 은근히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기에는 20개 참가국 수가 너무 많다며 G13 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더한 G14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G’로 시작하는 숫자게임에서 한국은 G20 외에 자리가 없다. 국제 금융기구 개혁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야심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가 관심 포인트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