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잘 보려면 미리 체크하세요”

김 모(55·남)씨는 얼마 전 샤워를 하다가 욕실의 타일선이 굽어보이는 것을 느꼈다.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졌다. 신문 지면에 공백이 생긴 것처럼 보이고 물체가 찌그러져 보이기도 했다.

이상이 생긴 걸 깨달은 김씨는 바로 안과전문병원을 찾았다. 원인은 황반변성증 때문이란 진단.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로, 떨어진 시력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항체주사치료를 받으며 더 이상의 손상을 막는 것이 전부였다. 김씨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지 않았던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평생 잘 보고 싶다면, ‘눈 검진’ 받아야=건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눈에 대한 주의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어느 날 갑자기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시력이 조금 떨어졌거나 피로 때문이라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는 해마다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대형 종합병원에서 수십만 원을 들여 종합검진을 받으며 정밀검사를 추가한다고 해도 뇌질환이나 소화기병, 심장병에 국한하기 일쑤이다. 눈에 대한 체크는 간단한 시력 검사와 안압 측정 정도에 그친다.

안과전문의들은 그러나 ‘몸이 천 냥이라면 눈이 구백 냥’이란 말이 있듯 고령화 사회에선 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실명을 유발하는 안질환의 경우 대개 발병 원인이 뚜렷하지 않고 초기에 별다른 통증이나 자각증세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일반 종합검진에서 확인하는 시력검사나 안압측정만으로는 이들 안질환의 20% 정도 밖에 알 수 없다.

몇 해 전부터 일부 안과 전문병원들이 개발, 운영 중인 눈 종합검진 프로그램은 이런 눈병 관리와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각각 받으면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을 일반 종합검진과 같이 패키지로 묶어 10만∼20만원에 한꺼번에 점검할 수 있도록 해 놓았기 때문.

이 프로그램은 기본 시력검사 외에 안압에 의한 질환 가능성을 알 수 있는 ‘안압측정 검사’와 가족력에 따른 질환 가능성을 예측해보는 ‘세극등검사’, 녹내장 및 시야 손상을 살피는 ‘정밀 시야검사’, 시신경 섬유 층의 상태를 한 눈에 보는 ‘시신경섬유층촬영’, 망막 중심부의 변화를 살피는 ‘안저촬영’, 안구 절단면을 촬영하는 ‘안구광학단층촬영’, 각막과 수정체를 초고해상도로 정밀 분석하는 ‘펜타캠검사’ 등 10∼16가지 검사로 구성돼 있다. 소요 시간은 검사종목 수에 따라 1∼2시간 정도.

◇안과 종합검진으로 체크할 수 있는 병들=안과 종합검진은 녹내장, 황반변성, 백내장 등 40대 이후 급속히 진행되는 안질환을 조기에 발견, 실명을 막는데 특히 도움이 된다.

이 중 녹내장은 시신경이 나빠져서야 시야 손상을 가져오는 병이면서도 일단 발병하면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가능한 한 초기에 발견,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병이다. 황반변성도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로, 정기검진을 통해 이상 증상을 최대한 빨리 발견해 치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네안과병원 유용성 원장은 “눈 종합검진은 녹내장 황반변성 백내장 등과 같이 실명 위험이 있는 안질환뿐만 아니라 당뇨, 고혈압, 갑상선질환, 기타 신경학적 이상 등 각종 전신 질환을 발견하는 계기도 된다”고 말했다. 우리 몸에서 수술을 하지 않고도 동맥의 상태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곳은 눈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안과 종합검진은 물론 성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필요하다. 특히 표현이 미숙한 어린이의 약시 또는 가성근시를 조기에 발견, 시력 저하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린이 약시는 8∼10세 이전에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정상시력을 회복하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유 원장은 “건강한 눈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안과를 방문, 전문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자신의 연령 대에 생길 법한 안질환들을 미리 확인하고, 발병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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