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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인남식] 아프간 파병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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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 과거 내전 당시 교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립대 캠퍼스에서 아미눌라 아민 총장을 만났다. 대선을 앞둔 현지 치안 상황은 악화일로였고, 카르자이 정부의 리더십은 이미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의 만남이었다. 우리는 긴 시간 동안 아프간 정세와 미래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절망 속에서 유일한 희망과 대안이 될 수 있는 모델이 한국이며 우리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을 간곡히 강조했었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발전을 일구어낸 한국의 행적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었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물질적 원조가 아니었다. 그가 희구한 것은 한국이 아프간에 줄 수 있는 역사적 경험과 희망의 메시지였다. 노학자의 호소에 긴 여운이 남았다.

한국 동경하는 아프간 국민들

지난주 정부는 아프간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방재건팀 (PRT)의 확대 배치와 이를 방호하기 위한 병력 파견이 골자다. 사실상 아프간 지원의 핵심은 지방재건팀이다. 현재 미 바그람 공군 기지 내 한국의 지방재건팀 요원들은 소규모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여러 제약에도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여 민심을 얻고 있다. 이를 확대하여 독자적으로 본격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여론은 지방재건팀보다는 온통 병력 파견에 집중되고 있다. 찬반 격론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윤장호 하사의 순국과 샘물교회 봉사단 피랍 사건으로 심리적 상흔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기에 향후 여론의 추이를 짐작하기 힘들다.

주어진 상황은 의외로 명료하다. 아프간 국민들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옛 소련의 지배, 군벌들의 발호와 내전, 탈레반의 폭정, 그리고 여전히 지속되는 혼란 속에서 삶은 피폐해졌다. 자생적 발전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며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탈레반 소탕이나 알 카에다를 추적하는 대테러전과는 별개로, 평범한 아프간 국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희망을 줄 누군가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이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고 외면할 경우, 절망한 아프간 국민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탈레반에 가담한다. 유럽연합(EU) 모든 국가를 비롯한 42개국이 아프간에 들어온 이유를 단순히 미국의 압박이나 특정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인류 보편적 가치와 인도주의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우리 정부의 발표는 한국 역시 그 도움 요청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을 것임을 밝힌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조우할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지 치안은 불안하며, 단기간 내에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남부 8개 주를 중심으로 탈레반의 발호는 심화되고 있으며, 최근 유엔 직원 피살 사건에서 보듯, 수도 카불의 치안도 악화되고 있다. '항구적 자유 작전' (OEF)을 수행 중인 미군과 나토 국제안보지원군 (ISAF)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여전히 무능하며, 대선 결선투표와 맞물려 거의 무정부 상태이다. 따라서 우리가 파견할 지방재건팀이 아프간 내 혼돈을 노리는 세력의 위협에 노출되기 쉽다. 만반의 준비를 다한다 하더라도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테러 집단이 세계 각처의 한국인을 공격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행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국내 정치도 자칫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 제반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정부로서도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희망을 심고 지키러 가는 것

현지의 요청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조응하여, 심사숙고 끝에 정부는 지방재건팀의 확대 단독 운영을 결정했다. 이제는 현실을 정확히 분석하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재건팀 방호부대의 수임 임무를 재삼 강조할 필요가 있다. 탈레반 소탕 등 대테러전 차원의 선제적 적극적 교전 행위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이스라엘-헤즈불라 간 교전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 레바논 파병 동명부대의 임무와 유사하다. 더불어 우리는 지방재건팀의 역할에 기대와 성원을 보여주어야 한다. 최악의 위험 상황에서 땀 흘리며 일할 이들에 대한 전폭적 지지가 필요하다. 그들은 싸우러 가는 것이 아니다. 희망을 심고 지키러 가는 것이라 믿는다.

인남식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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