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당일│먼 북소리처럼, 박근혜를 탄핵하라
겨울바람을 타고 자꾸만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타리를 넘어왔다. 수채물감을 담뿍 묻혀 그린 듯 하늘에는 젖은 구름이 번져가고 있었다. 숨이 죽어 갈변한 잔디밭을 자박자박 걷다 보니 어느새 광장 중앙에 위치한 분수대 앞이었다. 먼 전장에서 울리는 북소리처럼 담장 저편에서 터져 나온 함성이 이편에서는 예리함을 잃고 먹먹히 웅웅거렸다
정치는 회전목마│回轉木馬는 政治
푸른 바다 빛은 어느새 다 사그라졌다. 복사뼈 높이까지 자라 발목을 폭 감싸안던 잔디밭이 가을이 지나자 물 먹은 머리카락처럼 푹 숨이 죽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빳빳해서 사각거렸던 청량한 잔디는 간데없고 빛바랜 갈색 잔해만이 버건디색으로 물들인 소가죽 구두 밑창에 들러붙었다. 이따금씩 예리한 바람이 면도날처럼 볼을 할퀴었다. 국회
노답사과┃네가 하면 “국기문란” 내가 하면 “순수한 마음”
마침, 대통령의 ‘녹화 사과'를 새누리당 관계자들과 보게 되었다. “하… 답이 없어… 노답이야, 노답” 정치권에 오래 몸 담았던 그는 텔레비전에서 고개를 떼지 못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사람은 “이쯤 되면 스스로 물러나야 되는데… 내 입으로 탄핵을 말할 수도 없고…” 고개를 갸웃하다 푹 떨
프롤로그│하나의 유령이 국회를 배회하고 있다. 귀여움이란 유령이.
언론사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인정 투쟁의 결과물이었다. 나는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았지만 나의 스마트폰은 시시각각 화면을 장악했다. 더 자극적이고 더 눈에 띄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끊임없이 피가 튀는 육중한 권력의 누아르를 단숨에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귀여움이 절실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저희 점심 약속 미뤄야 하지 않을까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앞 텅 빈 복도를 걸어가는데 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실에서 전화가 왔다.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점심·저녁 약속을 무조건 안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였다.
드디어 9월 28일이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었다. 조심스러운
답십리 붉은 벽돌 쌍마모텔 맞은편에는 경남기업이 있다. 오전 5시부터 자정을 넘긴 오전 1시까지, 무지개색 무릎담요를 망토처럼 두르고 핫팩을 흔들었다. 아직 꽃샘추위가 채 끝나지 않은 시절이었다. 얼얼한 볼에 핫팩을 붙였다 떼며 하얗게 피어오르는 입김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오전 6시. 경남기업 사옥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들이 차례차례 출근했다. 나는 지하주차장과 지상주차장을
쉬는 날, 친구가 전시회를 열었다고 해서 찾아갔다. 전시회 주제는 다름 아닌 변(便). 이름부터 '응가대전'이었다. 홍대 서교예술실험센터 앞에 붙은 포스터에는 분홍색 응가가 똬리를 틀고 수줍게 웃고 있었다. 친구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광고회사를 차렸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벤처 답게 생활 속 소소한 부분에서 모두가 공감할만한 얘기를 꺼내 이야기로 만들었다. 그는 과민성
오와!
폭죽처럼 경탄이 터져나왔다. 환호와 박수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 누구는 양 팔을 번쩍 들어 함성을 질렀고, 누구는 양손을 꼭 모아쥔 채 눈물을 글썽거렸다. 몇몇은 상기된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감격(感激)이라는 단어를 관념 속에서 꺼내 직접 만져본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한자 뜻 그대로 명치 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
4월 2일 광주, 총선 11일 전 '호남민심' 르포 현장
벚꽃이 흐드러진 광주천을 바라보며 호남 민심을 물어보았다. 연분홍은 손톱만한 꽃잎에 스며들어 가지마다 피어있었다. 토요일이라 휴가 나온 군인들로 터미널 앞이 북적거렸다. 나는 펜을 들어 노트에 호남 민심을 끼적거렸다. 사거리에 걸린 더불어민주당의 새파란 현수막과 국민의당 초록빛 현수막에는 서로 믿어달라고 애원하는
어슴푸레하다. 푸르스름한 빛이 발코니에 면한 창으로 희미하게 쏟아진다. 찬물로 얼굴을 헹구고 시간을 보면 대강 다섯 시 사십 분쯤. 새벽도 아침도 아닌 모호한 시각에 일어나 몽롱한 정신으로 냉수를 들어킨다. 머리를 감는다. 헤어드라이기로 말린다. 노트북을 챙긴다. 셔츠에 살찐 팔을 욱여넣고 걷는 듯 뛰는 듯 달리다 보면 어느새 버스정류장. 속이 허하지만 아침밥을 먹을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