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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언니의 태몽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그 꿈에는 호랑이도, 구렁이도 없었다. 언니는 치마폭에 꽃상추를 한가득 담고 있었다고 했다. 연하고 부드러운 꽃상추가 새벽 호숫가의 물결처럼 은은하게 빛났다고 했다. 태몽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나 탐스러운 과일도 아니고 상추라니. 그 이야기가 조금 시시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마음에 남았다. 남들이 들으면 뭐 그런 것을

2025-11-07 00:32

IQ(지능지수)는 1905년 프랑스의 알프레드 비네와 시몽이 아동의 학습능력을 평가하고 지원하기 위해 만든 검사에서 비롯됐다. IQ는 절대적 수치가 아니라 사회·문화·교육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IQ 순위로 국가 간 지능의 우열을 가리는 건 위험하다. 그럼에도 한국 국민들은 유대인들과 더불어 ‘머리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 상징적 인물

2025-11-06 00:40

오랜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고등학교 때 늘 오전 시간이면 졸던 기억을 나눴다. 기억이 정확할지 모르겠지만 오전 7시 전후로 등교했던 거 같다. 당시에는 모든 학생이 참여해야 하는 아침 자율학습이 있었다. 오전이면 비몽사몽이었고 배도 고파 쉬는 시간이면 일부나마 점심 도시락을 까먹었다. 주말이면 밀린 잠을 보충했고 어김없이 월요일에는 생체리듬이 깨져 있었다. 얼

2025-11-06 00:38

지난 추석에 고향집을 찾았더니 팔순의 노모가 안방 서랍장 위 유리판 밑에 끼워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이란 걸 꺼내 보여줬다. 몇 달 전 마을 복지관에서 상담받고 직접 신청했다고 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생애 말기나 임종기에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같은 연명 의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하도록 스스로 결정해 미리 문서로 남겨 놓는 것이다. 어머니는 “만일 그런 상황이 오면 연명

2025-11-06 00:38

일본은 한때 전통과 서양문물이 결합된 독자적 현대 문화로 서구권까지 사로잡은 문화 강국이었다. 대표 장르가 ‘망가’다. 이제 그 자리를 ‘킹 오브 킹스’ 같은 한국 애니메이션과 웹툰이 차지하고 있다. K웹툰은 6년 연속 성장하며 2023년 총매출 2조189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온라인 불법 웹툰으로 인한 추정 피해액이 최근 2년간 8400억원을 넘었다. 웹툰은 초독의 가치가

2025-11-06 00:33

최근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캄보디아 한국인 범죄·피해 소식은 여러모로 참담하다. 세계적인 관광지 앙코르와트가 있는 평화로운 나라로만 인식됐던 캄보디아가 알고 보니 로맨스 스캠, 리딩방 사기, 보이스피싱 등 각종 국제 범죄의 거점이 되고 있었다. ‘웬치’라 불리는 범죄단지가 수도 프놈펜 시내 한복판에 버젓이 존재했고, 그곳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범죄가 자행됐다. 심지어

2025-11-06 00:32

2018년 대비 최대 67% 감축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목표 전기차만 늘리는 단순한 계획 ‘말잔치’ 불과한 선언적 언급 도시구조·생활패턴 함께 바꿔 ‘지속가능한 도시’ 비전 세워야 정부가 최근 공개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안에 따르면 수송 부문은 2018년 대비 55~67% 감축이 목표다. 이를 위해 모든 운송수단의 전동화를 핵심 전략으로

2025-11-06 00:32

케데헌 열풍에 관람객 폭증 박물관, 예약제·유료화 검토 뮤지엄숍 외부 확장 수익내고 자발적 기부·후원 받는 길도 수익보다 중요한 건 ‘열림’ 유료화는 마지막에 검토해야 지난주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성공 이후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로 북적인다지만, 평일 오후의 박물관은 의외로 한산했다. 늦가을 거

2025-11-05 00:50

‘웬치’는 보이스피싱 등 온라인 사기를 조직적으로 하는 ‘범죄 단지’를 말한다. 중국어 ‘위안취’에서 파생한 은어로 우리말로는 ‘단지’를 뜻한다.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인 범죄 조직들이 운영하는 범죄 단지를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웬치로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에 있는 ‘태자 단지’ ‘망고 단지’를 들 수 있다. 캄보디아에는 400여개 웬치가 있는

2025-11-05 00:40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고통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비하한다는 고통이다.’(수전 손택) 타인의 질병을 우리 몸으로 직접 아파할 수 없기에 그 고통을 상상하고 무언가에 빗대어 질병을 추측한다. 일종의 은유처럼. 손택은 에세이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암에 대한 은유들을 지적했다. 여기서 은유란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질병을 바라보는 사고의 틀이다. 손택은

2025-11-05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