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국에서 공교롭게도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일본 만화 원작의 뮤지컬 2편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지난 16일 개막한 ‘베르사유의 장미’(~10월 13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와 지난달 27일 개막한 ‘4월은 너의 거짓말’(~8월 25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두 뮤지컬의 원작만화는 일본에서 각각 누적 발행 부수가 2000만부와 500만부를 넘긴 초대형 히트작이다.
일본 순정만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베르사유의 장미’는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가 1972~73년 연재한 작품이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귀족 출신 남장 여인 오스칼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는 일본을 넘어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는 1974년 일본에서 미혼 여성만 출연하는 다카라즈카 가극단에 의해 무대화됐다.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가극(歌劇), 즉 뮤지컬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무대화된 ‘베르사유의 장미’는 지금까지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꼽힌다. 초기에는 오스칼 중심의 버전만 있었지만 이후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중심의 버전 등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베르사유의 장미’는 다카라즈카 버전이 아니라 한국의 창작뮤지컬이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극작가 겸 연출가 왕용범과 작곡가 이성준 콤비가 주요 창작진으로 나섰다. 한국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원작 만화에서 오스칼 못지않게 비중이 큰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빼고 프랑스 혁명과 오스칼의 고민에 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주인공 오스칼 역에는 배우 옥주현·김지우·정유지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앞서 막을 올린 ‘4월은 너의 거짓말’은 만화가 아라카와 나오시가 2011~15년 연재한 작품이다. 엄마의 죽음으로 트라우마가 생긴 신동 피아니스트 소년이 자유로운 감성의 바이올리니스트 소녀와 만나 다시 음악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만화는 출간 이후 애니메이션, 영화, 연극으로 잇따라 제작됐다. 뮤지컬로는 제작사 도호가 시나리오 작가 사카구치 리코의 각색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으로 2022년 초연했다. 원작은 중학생 이야기지만 뮤지컬에서 고등학생으로 바꿨다. ‘논 레플리카’(원작의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무대 연출 등을 현지화하는 제작 방식)로 제작된 한국 프로덕션은 뮤지컬 ‘인터뷰’ ‘스모크’의 추정화가 연출을 맡았다.
특히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올해 한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개막하며 전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됐다. 런던에선 해롤드 핀터 극장에서 12주간 공연이 진행 중인데, 개막 이후 10대 청춘의 감성을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신동 피아니스트 아리마 코세이 역으로 이홍기·윤소호·김희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녀 미야조노 카오리 역으로 이봄소리·케이·정지소가 출연해 관객을 유혹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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