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죽었어요.” “서울이 런던보다 더 에너지가 넘쳐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가 함께 국제적인 미술장터를 여는 이른바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스)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각각 개막했다. 이날 VIP 개막에서 만난 해외 갤러리 관계자들은 “서울이 홍콩도, 싱가포르도 제쳤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 런던 기반의 프리즈는 서울 상륙 3년 만에 이처럼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분위기였다.
프리즈 서울에는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페이스 등 32개국의 세계 정상급 110여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한국의 갤러리는 메이저인 국제, PKM, 학고재, 리안 등 20여곳이 참가했다.
뉴욕 기반의 데이비드 짐머 갤러리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조각과 ‘호박’ 회화를 나란히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호박’(130.3×162㎝) 회화 작품은 크기가 보기 드문 대작이라 수백만 달러(수십억원)에 나왔다. 런던 기반의 리손 갤러리는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 미국의 대지미술가 겸 화가 리처드 롱 등 현대미술사의 거장과 함께 켈리 아카시 등 40대의 떠오르는 작가들도 함께 들고 나왔다.
하우저앤워스는 한국의 미술관 전시와 연동해 전속 작가를 소개하는 전략을 취했다. 현재 호암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와 함께 내년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전시가 예정된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 내년에 호암미술관 전시가 예정된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을 내놓아 컬렉터들의 흥미를 돋웠다. 관계자는 “니콜라스 파티와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은 구하지 못해서 팔지 못하는 작가”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의 갤러리에서는 국제갤러리가 자체 최고가인 150만 달러(약 20억원) 박서보의 구작 ‘묘법’을 비롯해 하종현, 권영우 등 불패의 단색화 작가군과 함께 양혜규, 강서경 등 세계시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50대 작가군을 포진시켰다. 학고재·우손·가나 등은 프리즈가 예술사적 거장을 소환하기 위해 만든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나왔다. 특히 올해는 갤러리조선·백아트 등 강소갤러리도 참여시켜 한국 갤러리의 스펙트럼을 넓힌 것도 눈에 띈다.
불경기와 상관없이 코엑스는 VIP 오픈 첫날부터 활기로 넘쳤다. 해외 갤러리들은 프리즈 서울에 대해 “원더풀!”을 외쳤다. 올해 아시아 거점으로 서울 지점을 냈다는 마이어 리거 갤러리(독일)의 리거 대표는 “한국에는 중국에 없는 민주주의가 있다. 또 세계2차대전 이후 현대미술사가 이어진 전통이 있다”라고 말했다.
프리즈 서울에 이어 프리즈 런던이 10월에 예정돼 있다. 런던보다 서울이 에너지가 넘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은 컬렉터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도 에너지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파리 기반의 메누어 화랑 관계자는 “브렉시트 이후 런던은 미술시장으로선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잘라 말했다. 미국에서 온 미술계 인사는 “(바젤 아트페어 등에 비해) 접근가능한(accessible) 가격대라는 점도 프리즈서울의 매력이다. 30만 달러 이하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 주요 비엔날레가 이 시기 개막해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도 프리즈 서울의 매력 요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의 작가 작업실을 방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해 해외 미술관 관장과 큐레이터, 컬렉터들로부터 호평 받고 있다.
화랑협회가 주관하는 키아프는 올해 참여 22개국 200여개 갤러리 중 3분1를 해외갤러리로 채웠다. 첫날부터 손님이 북적거리는 등 활기를 띄며 안착되는 모습이다. 이는 VIP 방문 시간대를 키아프는 오전 11시, 프리즈의 경우 오후 3시로 차별화 관객을 분산시킨 덕분이다. 첫해의 경우 관객이 프리즈로만 쏠리면서 개점휴업 상태의 참극을 빚었다. 프리즈는 7일까지, 키아프는 8일까지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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