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도심 6만 가구 공급, 발표로만 그쳐선 안 된다

입력 2026-01-30 01:20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수도권 국·공유지를 활용해 6만 가구를 공급하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내놓은 ‘9·7 부동산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알짜배기 땅’을 풀어 집값 불안 심리를 누르겠다는 구상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캠프킴 부지, 과천 경마장·방첩사, 태릉CC 등 도심 공공부지 11곳에 4만3500가구, 노후청사 부지에 9900가구 등 총 5만97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공급 물량은 판교신도시(2만9000가구)의 배에 달하고, 면적으로는 여의도의 1.7배에 해당한다.

다만 이번 대책이 주택 시장에 확실한 공급 신호를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최악의 입주난이 예상되는 2028년 이후로 대부분 착공 시점이 잡혀 있다. 더구나 상당수 지역이 문재인정부 시절 ‘8·4 대책’에 포함됐다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의 이견, 주민 반발에 막혀 5~6년째 표류해 온 곳들이다. 특히 과천은 경마장과 보안시설 이전이라는 고차 방정식이 남아 있고, 태릉CC는 세계유산 영향평가라는 변수가 여전히 걸림돌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신속성을 담보할 실행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간 정비사업의 핵심인 용적률 완화 등 규제 완화 방안이 빠진 것이 이를 상징한다. 국·공유지를 긁어모으는 데는 적극적이면서, 이미 주택이 들어선 지역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재편할지에 대한 전략은 소홀한 느낌이다. 어느 부지는 고밀 개발로 갈지, 어디까지 용적률을 풀지, 이전 대상 시설은 언제·어디로 옮길지, 지자체 반발은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공급 대책을 임기응변식으로 내놓기보다 최소 10년 이후까지 내다보는 중장기 공급 로드맵이 필요한 이유다. 진보 정부가 반복해 온 ‘세제 강화로 수요를 억제하다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비판의 고리를 이번에는 끊어낼 기회다.

당장 이번 대책이 성공하려면 지자체와 주민 반대를 전제로 한 갈등 조정 계획을 공개하고, 부지별 개발 방식과 일정표를 명확히 하며, 일정이 어그러질 경우의 대안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도심 ‘알짜 땅’ 공급이 또 하나의 계획 발표로 끝날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신호가 될지는 결국 실행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