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했다는 특검… 판례는 “합리적 관련성 있으면 수사 대상”

입력 2025-12-10 00:05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뉴시스

“판례 해석상 특검법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사실상 없다.”

지난 8일 김건희 특검 브리핑에서 오정희 특검보가 논란이 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발언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 조사에서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게도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본부장은 최근 재판에서도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더 가까웠다”는 등의 증언을 쏟아냈다.

특검은 판례를 근거로 들며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법원·헌법재판소 판시를 보더라도 특검의 해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역대 특검법 관련 판례는 특검법 수사 대상 규정에 포함된 ‘관련 사건 조항’에 대해 합리적 관련성을 기준으로 유연하게 해석해 왔다. 통상적인 특검법의 수사 대상 규정에는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는 관련 사건 조항이 포함돼 있다. 김건희 특검법 2조 16호는 이를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 행위로 표현했다.

특검은 명시된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본류와 연관성이 깊거나 수사 필요성이 큰 사건에 관련 사건 조항을 적용해 수사해 왔다. 핵심은 윤 전 본부장의 발언 내용이 관련 사건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대법원은 2002년 12월 ‘이용호 게이트’ 사건에서 특검의 수사·기소 대상에 대한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당시 검찰총장 내정자였던 신승남 대검 차장검사의 동생 신모씨는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의 쌍용화재 인수와 관련,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씨는 자신이 특검법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핵심 수사 대상인 이 전 회장의 주가조작·횡령 사건 및 이와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신씨 주장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특검 수사 대상, 직무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제2조(수사 대상 규정)와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제2조에 열거되지 않은 사람이라도 특검의 수사·기소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이 전 회장이 쌍용화재 인수 문제 등과 관련해 신씨에게 금품을 교부한 것은 검찰총장 내정자의 동생을 통한 로비 활동이므로 특검 수사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유사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2008년 1월 ‘BBK특검법’ 헌법소원 사건에서 관련 사건 조항에 대해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으나 제2조(수사 대상 규정) 1~6호와 유기적·체계적으로 관련지어 보면 특검 수사 대상이 불분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통상의 법감정과 합리적 상식에 기해 구체적 의미를 충분히 예측하고 해석할 수 있는 규정이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에서는 김건희 특검의 ‘편파 수사’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이나 ‘집사 게이트’ 등에서는 별건 수사 논란을 정면돌파하며 수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특검이 공정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걸 보이려면 이런 경우는 여야 양쪽 모두 수사해 처벌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특검은 통일교의 정치인 접촉과 관련한 내사 사건을 이날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구자창 박장군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