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법제도 개편을 주제로 한 공청회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을 두고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법원행정처 폐지 등의 방안이 사법부를 장악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사법의 정치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공청회에서는 법조계뿐만 아니라 학계·시민사회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해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제도 개편 전반을 다룬다.
첫날 공청회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법원행정처 폐지 등 법안이 ‘사법의 정치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지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은 “내란전담재판부가 허용되면 사법부는 정치권 요구에 따라 재판부를 만드는 ‘정치적 하청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 폐지에 관해선 “표면적으로는 민주적 통제와 개방이란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면에 숨겨진 ‘사법권 장악’의 위험성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재판지연 해소를 위해선 여권이 주장하는 대법관 증원보다는 사실심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우종 서울고법 인천재판부 고법판사는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대부분의 사건은 1, 2심에서 결정되므로 사법 신뢰를 위해서는 (하급심의) ‘재판지연 해소’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고심 제도 개선과 관련해 어지간한 방안이 다 나왔는데 법제화되지 못한 건 그만큼 고려 요소가 많다는 것”이라며 제도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14명인 대법관을 3년에 걸쳐 26명으로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특검 사건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재판 중계를 둘러싼 토론도 오갔다. 유아람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왜곡된 동영상은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 재판 전반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반면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재판에 대한 통제의 원형이자 기본은 ‘공개’”라며 재판 공개 원칙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개회사에서 “오늘날 많은 국민이 사법에 대한 높은 불신을 보이고 있고 사법부는 깊은 자성과 성찰로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공청회를 통해 사법부가 본연의 사명을 더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을 수 있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