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10일부터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2004년 페이스북의 등장으로 본격화된 소셜미디어 역사상 처음 시행되는 대대적 규제다. 규제 대상이 된 업체들은 과도한 통제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많은 나라들이 호주의 실험적 조치에 주목하며 비슷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전면 차단하는 법을 10일부터 시행한다.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엑스·스냅챗 등 10개 주요 플랫폼이 규제 대상이다. 해당 기업들은 호주 내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을 비활성화하고 신규 가입도 차단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4950만 호주달러(482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로이터는 이들 플랫폼이 차단해야 하는 계정이 100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정부 조치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은 “성인 이용자 중심의 공간인데도 일률적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은 자의적이며 법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용하는 메타도 “청소년을 또래 공동체로부터 단절시키는 방식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호주 규제 당국은 이번 조치를 청소년을 유해 콘텐츠, 사이버 괴롭힘, 중독적 알고리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세대 보호법’이라고 강조한다. 애니카 웰스 호주 통신부 장관은 BBC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계정을 갖는 순간부터 도파민 중독 회로에 연결된다”며 “이 법 하나만으로도 집착적 사용을 유발하는 ‘알고리즘 지옥’에서 알파세대(2010년대 이후 출생)를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5년 전 내부 연구를 통해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자존감 저하, 신체 이미지 악화, 자살 충동 증가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도 이를 묵인해 비난을 받았었다. 이후 호주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규제 조치 마련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책 효과를 둘러싼 관측은 엇갈린다. 아동 인권 단체와 학부모 단체들은 규제를 환영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연령 확인 기술의 한계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부모 계정으로 우회하거나 규제 대상이 아닌 소셜미디어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규제 대상이 아닌 중국계 플랫폼과 미국 신생 소셜미디어에서 호주 10대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호주의 실험은 세계 각국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소셜미디어 연령 제한 법을 예고했고 브라질·영국·스페인 등도 호주 모델을 참고한 규제를 검토 중이다. 호주 규제 당국 관계자는 호주의 조치가 전 세계적 빅테크 규제의 ‘첫 번째 도미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