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골프, 교회 속으로

입력 2025-12-09 03:01
한 성도가 최근 경기도 김포 두란노교회에 있는 스크린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두란노교회 제공

교회가 주중에 사용되지 않는 공간을 활용하고 주민과 접점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스포츠 시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풋살장이나 농구장을 비롯해 탁구대나 당구대까지 설치해 성도와 주민이 취미 생활도 즐기고 건강도 챙길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스크린 골프 시설을 교회에 마련하는 교회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귀족 스포츠’로 불리던 골프가 점차 대중적인 취미 중 하나로 변화하며 생긴 추세입니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골프산업백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골프 시장 규모는 22조 4330억원으로 골프 인구만 해도 7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경기도 김포 두란노교회(이상문 목사)는 지난달 교회에 스크린 골프장을 만들었습니다. 성도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오는 공간으로 교회를 탈바꿈하기 위해 내린 결정입니다. 성도들이 바빠지면서 심방 한 번 제대로 하기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고심 끝에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이상문 목사는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요즘은 집을 개방하지 않으려는 풍조도 있고 성도 대부분이 밤늦게까지 일하기 때문에 만날 시간이 없다”면서 “심방의 패러다임을 바꿔 목회자가 찾아가는 게 아니라 성도들이 교회로 오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골프를 칠 줄 모르지만 최근 골프가 주목받고 있다는 이야기에 스크린 골프 시설을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골프에 관심 있는 성도들이 교회에 자주 찾아왔습니다. 이 목사는 이들이 올 때마다 찾아가 인사하고 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스크린 골프장 옆에는 작은 공간이 있어 성도들끼리 조용한 나눔도 합니다. 최근 교회에서 열린 골프대회에서 수상자들이 상금을 각 부서 지원금으로 다시 전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경기도 고양 예수인교회(민찬기 목사)는 20여년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해 왔습니다. 성도들은 물론 주민들의 건강한 취미활동을 위해서입니다. 그 결과 성도들의 친목은 물론 주민들이 골프 치러 왔다가 교회에 다니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교회 측은 “골프 때문에 처음 교회에 들어와 본 주민들이 교회에 대한 편견을 벗고 나중에 집사가 되는 등 스크린 골프가 전도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 도림교회(정명철 목사) 스크린 골프장에도 주민들이 몰립니다. 세 교회 모두 스크린 골프 외에도 탁구대나 농구장 등을 만들어 주중에 개방하는 게 특징입니다.

많은 이들이 교회를 외면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대에 복음을 전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 목사는 “아직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만 스크린 골프장이 교회로 들어오는 문턱을 낮추고 성도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본질은 놓치지 않는 교회의 변신이 한 영혼을 구원하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해봅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