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금 목표 채울 수 있을까…” 근심 깊은 구호단체들

입력 2025-12-08 02:04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취약계층을 향한 기부 온정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들에서 고액 기부를 받는 일부 대형 구호단체를 제외하고 개인 소액기부 모금은 감소세다.

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취약계층에 연탄을 후원하는 비영리단체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연탄은행)은 올해 목표치인 500만장을 아직 채우지 못했다. 연탄은행은 매달 한 가구에 연탄 200~300장을 제공해 왔지만 올해는 후원이 줄어 그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경기불황이 후원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고, 기업들도 전반적으로 움츠러들고 있다”며 “탄광 폐쇄로 인해 연탄공장이 폐업하면서 연탄 가격과 운송비도 잇따라 올랐다”고 말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개인과 기업의 연탄 후원은 감소세다. 연탄은행은 매년 연탄 300만장 모으기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지난해에는 299만4243장을 모으는 데 그쳤다. 2023년 402만9155장과 비교하면 약 25% 감소했다. 올해도 11월 기준 누적된 연탄이 89만898장으로 전체 목표치(500만장)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대표적 거리 모금 활동 단체인 구세군도 상황은 비슷하다. 구세군에 따르면 전국 자선냄비 모금액은 2022년 22억7000만원, 2023년 21억7000만원, 2024년 21억2000만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구세군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사회 불안정이 이어져 모금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단순한 모금 독려를 넘어 시민 참여를 넓히는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선냄비 봉사자 박모(42)씨는 “3년째 봉사에 참여하는데 올해는 확실히 기부 손길이 줄었다는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반면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모금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3년 모금액은 2022년 7925억원, 2023년 8305억원, 2024년 8477억원으로 매년 상승했다. 지난해의 경우 법인 기부액이 5938억원으로 개인 기부액(2539억원)의 배를 훨씬 웃돌았다. 올해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진행되는 희망2026나눔캠페인은 4500억원이 목표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법인세법상 전문모금기관인 사랑의열매에 기부하는 금액은 다른 모금단체보다 높은 세금 공제한도가 부여된다”며 “투명한 관리 체계와 세제 혜택, 다양한 기부 참여 프로그램이 기부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구호 단체의 후원 감소는 꽤 오래전부터 진행된 현상이며, 경기 침체와 고물가 여파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원자들은 익명 기부보다 자신이 공감하는 사연에 직접 참여하는 참여형 기부를 선호한다”며 “구호단체도 시대 흐름에 맞춰 기부 방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