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7명 치과 5인미만 사업장?… 노동법 회피 ‘가짜 3.3’ 기승

입력 2025-12-08 02:05

고깃집 프랜차이즈 A사는 서울 용산과 홍대 인근, 경기도 의정부 등 3곳의 점포에서 연간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는 5인 미만이라고 신고돼 있다. 사업주 지시를 받아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홀에서 고기를 굽는 직원 수십명이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로 계약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B치과도 비슷한 꼼수를 쓴다. 의사만 17명인 대형 사업장인데도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직원은 5명 미만이었다.

이른바 ‘가짜 3.3’ 사업장이다. 가짜 3.3 계약이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는 직원을 사업소득세 3.3%를 내는 개인 사업자로 둔갑시키는 꼼수를 의미한다. 극히 일부 직원하고만 근로계약을 체결,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프리랜서로 고용해 5인 미만 사업체로 위장하는 방식이다.

사업주들은 경제적 이익과 규제 회피, 쉬운 해고 등을 위해 이런 속임수를 쓴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유급휴가 부여 의무,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부당해고 금지, 주52시간 근로시간 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근로기준법 주요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7일 “채용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외식업계 아르바이트 공고 중에는 공개적으로 3.3 계약을 하겠다고 명시한 곳도 꽤 있다”고 말했다.

가짜 3.3 의심 사업장 수는 증가 흐름이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 자료를 받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근로소득자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신고된 사업장 가운데 사업소득자 숫자까지 합쳤을 때 5인 이상인 사업장 수는 2018년 6만5892개에서 지난해 14만382개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 중 가짜 3.3 의심 업체 수도 2018년 164개에서 지난해 440개로 268% 늘었다.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두 달간 가짜 3.3 사업장으로 의심되는 100여곳에 대한 기획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첫 전국 단위 점검이다. 이번 감독은 지난 10월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국세청으로부터 소득세 납부(원천징수 이행 상황) 신고 내역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3.3 노동자에 대한 실태 파악이 어려웠다.

노동부는 한 사업장에 근로소득자가 5명 미만으로 돼 있는데 사업소득자는 다수이면 가짜 3.3 의심 사업장으로 보고 감독 대상을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업장의 과거 체불 및 노동관계법 위반 이력도 분석했다. 이외에도 노동·시민단체 제보, 감독 청원 사업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노동부는 두 달간의 감독이 종료된 후에도 지방 고용노동관서를 중심으로 지역 내 사업주 단체 등을 대상으로 교육·홍보 및 지도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가짜 3.3 의심 사업장을 선별해 주기적으로 점검, 감독할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가짜 3.3 계약은 사업주가 의도적으로 노동법을 회피하는 악의적인 사안”이라며 “이번 감독을 통해 가짜 3.3 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를 엄벌하겠다”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