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바오 구겐하임 설계 ‘건축계 거장’ 프랭크 게리 96세로 별세

입력 2025-12-08 01:24
개관 25주년을 맞은 2022년 10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앞에서 포즈를 취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 EPA연합뉴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월트디즈니콘서트홀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AP통신은 게리 파트너스 LLP의 책임자를 인용해 게리가 짧은 기간 호흡기 질환을 앓다가 이날 LA 샌타모니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192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게리는 1947년 가족과 함께 LA로 이주한 뒤 1954년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 이후 가장 유명한 미국 건축가로 꼽히는 게리는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비롯해 영국 왕립건축가협회 금메달, 미국예술가협회 평생공로상, 캐나다 훈장 등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1997년 개관)은 쇠퇴하던 스페인 북부 해안 산업도시에 화려하고 활력 있는 이미지를 부여해 도시를 되살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리는 물결치는 모양의 외관이 특징인 LA 월트디즈니콘서트홀과 프랑스 파리의 루이비통재단 미술관, 미국 마이애미 뉴월드센터, 체코 프라하의 댄싱하우스, 독일 베를린 DZ은행 빌딩 등도 설계해 전 세계 스카이라인을 재창조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2019년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루이비통 메종 서울’을 설계해 한국과도 인연을 맺었다. 게리는 2012년 9월 방한했을 때 강연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불상을 봤는데 그것을 만든 예술가가 느꼈을 감정을 나도 느꼈다”며 “한국의 청자, 백자를 보니 놀랍다. 한국 도자기와 미술품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종묘에 찬사를 보내며 단독 관람을 요청하기도 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