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3만 ‘통합 강원대’ 뜬다… 초대형 거점 국립대로 재탄생

입력 2025-12-08 02:01
강원대 미래광장 전경. 강원대는 내년 3월 국립강릉원주대와의 통합으로 학생 수 3만명, 교수 1400명 규모의 초대형 국가거점국립대로 탈바꿈한다. 강원대 제공

강원대가 초대형 국가거점 국립대로 재탄생한다. 2026년 3월 강원대와 국립강릉원주대를 합쳐 ‘통합 강원대’로 새롭게 출범한다. 춘천, 삼척, 강릉, 원주 4개 캠퍼스에 총 학생 수 3만명, 교수 1400명의 ‘매머드급’ 국립대가 된다.

각 캠퍼스는 지역의 산업적 특성과 강점을 살려 기능별로 분산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제로 운영된다. 춘천은 정밀의료, 바이오헬스, 데이터산업 중심의 교육·연구 거점으로 육성된다. 삼척은 액화수소, 방재산업, 에너지 분야를 강점으로 내세워 지산학 협력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강릉은 신소재, 해양바이오, 천연물바이오 분야, 원주는 반도체, 디지털헬스케어, 이모빌리티 중심의 산학협력 거점으로 특성화한다.

각각 캠퍼스 총장을 중심으로 입시, 교무, 학생 지도 등 학사 운영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학사 구조를 대대적으로 혁신했다.

가장 큰 변화는 ‘탑클래스 통합학과’다. 100명 이상 규모의 대형 학과를 캠퍼스 간 공동 운영한다. 학생들이 물리적 이동 없이도 다양한 교수진과 커리큘럼을 공유한다.

통합 강원대 출범은 정부의 거점국립대 육성 정책과 맞물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역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는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내년 거점국립대 지원 예산도 8855억원으로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렸다. 9개 거점국립대의 학부 교육 혁신과 첨단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 등에 투입된다. 강원대가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핵심적인 재원이 될 예정이다.

강원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방위산업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중심으로 실무형 인재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AI·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 구글과 협력하고 있다.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사업과 반도체공동연구소 유치로 780억원 규모의 재정을 확보했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와 협력해 설계, 공정, 패키징 전 과정을 갖춘 국내 유일의 통합형 반도체 교육·연구 체계를 구축했다.

국방 전문 인재 양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2023년에는 디지털밀리터리학과를 신설했다. 첨단군사과학기술연구소는 국방AI, 국방로봇 등 4개 센터를 운영 중이다. 첨단군사과학기술연구소와 수리과학연구소는 교육부 글로컬랩 사업에 동시 선정되며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수리과학연구소는 9년간 135억원을 지원받아 ‘수리모델링·AI 융합연구’를 수행한다. 첨단군사과학기술연구소는 216억원 규모의 방산기술보호연구소 과제를 통해 무기체계 보호, 방산 보안 기술 표준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강원대는 통합 캠퍼스의 첫 신입생을 모집한다. 정시 원서접수는 29일 오전 9시부터 31일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모집인원은 춘천 656명, 삼척 143명, 강릉·원주 102명 등 901명이다. 수시모집 등록 결과에 따라 이월 인원이 발생할 경우 최종 모집인원은 늘어날 수 있다. 모집 군이 다른 경우 복수 지원이 가능하며 계열 간 교차지원도 폭넓게 허용한다.

전공 선택의 벽을 허문 모집단위 광역화 선발을 기존 3개 단과대학에서 11개 단과대학으로 확대했다. 단과대학별로 신설된 ‘자유전공학과’를 통해 입학 후 1년간 다양한 전공을 탐색한 뒤 2학년 진급 시 희망 전공을 학과·전공별 입학정원의 150% 범위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정재연 강원대 총장은 7일 “통합 강원대는 대학 간 통합을 넘어 강원도의 교육·산업·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고등교육 체계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퍼스가 거대한 창업단지로 탈바꿈… ‘강원형 유니콘 기업’ 육성
286개 창업 교육과정 9400명 이수

강원대 산학연 혁신 허브 조감도. 강원대는 창업 특화 프로그램, 창업 교과 과정 등을 통해 학생들의 창업을 돕고 있다. 강원대 제공

강원대 캠퍼스가 거대한 창업 단지로 변화하고 있다.

강원대는 특화 프로그램인 ‘창업 미네르바 스쿨’을 통해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실전형 창업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286개 창업 교과과정을 9400여명의 학생이 이수했다. 창업동아리와 경진대회 등 비교과 프로그램에도 25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캠퍼스 내 창업 열기가 뜨겁다.

강원대 졸업생이 창업한 ‘감자아일랜드’, 교원 창업 기업인 ‘에이프릴 바이오’ 등의 성공 사례를 통해 대학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컨테이너 40여개 동으로 구성된 ‘KNU스타트업큐브’는 학생과 교원 창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에선 아이디어 발굴부터 시제품 제작, 사업화까지 원스톱 지원이 이뤄진다. 학생 창업 35건, 교원 창업 17건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최근에는 강원대 창업동아리 ‘고위드’가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학생 비즈니스 프로젝트 대회 ‘2025 인액터스 코리아 국내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고위드는 생태계 교란종인 ‘가시상추’를 활용한 가뭄 예방 비료를 개발해 심사위원들의 호평 받았다.

창업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 70%를 보이고 있는 ‘캠퍼스 혁신파크’는 대학 내 유휴 부지를 활용하여 기업 입주 공간, 연구 시설, 주거 및 문화 시설이 집적된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내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다.

이곳에 들어설 ‘산학연 혁신 허브’는 바이오, 반도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첨단 산업 분야의 150개 기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117개 기업이 입주 의향을 밝힐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